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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키코치 Feb 05. 2022

오늘, 또 육아를 미루고 말았다


시간 관리를 위해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는 책을 보며, 오늘 미룬 일이 뭘까 생각해봤다. 스케줄러를 펼쳐 들고 체크해보니 미룬 일 없이 잘 살아낸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개운하지가 않았다. 뭔가 중요한 걸 놓고 온 이 기분은 뭘까?    


 “엄마, 오늘 할 거 다 했어요. 이제 잘게요.” 둘째가 굿 나이트 인사를 하러 왔다. 그제야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떠올랐다.


 ‘너를 놓치고 있었구나!’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얘기하는 시간을 놓쳤던 거다. 아이가 어릴 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안고,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는 아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시선이 내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행복했다. 드디어 육아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으니. 하지만 내 일에 집중할수록 아이들이 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엄마, 오늘도 줌 수업 있어요?”

“응, 그러니깐 빨리 밥 먹고, 할 거 하고 있어.”

“엄마, 주말에 인라인 타러 가고 싶어요.”

“과제도 있고, 글도 하나 써야 되는데. 다음 주에 가면 안 돼?”     


육아를 미룬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2시간이면 충분한데, 뭐가 그리 바빠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미뤘을까? 고등학생이 되는 큰 아이를 보면 엄마를 찾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는 시기가 곧 오는데......     


내가 미룬 게 아이뿐이었을까? 남편, 부모님, 친구들, 신앙...... 그리고 나. 하고 싶은 일에 치여서 나를 온전히 돌아보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바쁘기만 하고 행복하지 않았지!     


소중한 건 지금인데, 미래를 위해 지금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거다. 일은 끝도 없는데, 마감시간 없이 일을 했으니 ‘나다움’을 잃어가는 건 당연했다. 글 쓰는 사람이 재미를 잃었으니, 글이 재미없을 수밖에......


일하듯,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따로 둬야 한다. 나를 돌보는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한번뿐인 인생을 멋지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을 어제와 같은 방법으로 살면 안 된다. 하루 한 시간, 하루 한 가지 어제와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시도한다면 기적 같은 변화가 내게도 일어날 것이다.     


아이들과 어제와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사랑스러운 말투로 물어본다면 내 아이가 정에 굶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편과도 무의미한 얘기가 아닌 정을 나누는 대화를 하다 보면 부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가?


서로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는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행복한가?    


오늘, 또 육아를 미루지 않기 위해 이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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