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감정은 지금,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by 도키코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화를 참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고,

슬픔을 무시하면 강해질 줄 알았고,

두려움을 외면하면 언젠가는 용감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 조용히,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앉아 있었고,

내가 불쑥 멈춰 설 때마다 아주 작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제는 나를 좀 봐줄래?” 하고.

예전의 나는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화를 내면 후회했고, 울면 약해진 것 같았고,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감정은 되도록이면 숨기거나 누르거나,

그저 지나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삶은 자꾸 멈추게 했다.

바쁜 일상 틈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

말할 수 없어서 더 무거워진 마음들.

그럴 때마다 내가 무시했던 감정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걸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

“넌 나를 지나치려 했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았어.”



코칭을 배우면서, 나는 감정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감정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나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이 말하고자 하는 걸 듣지 못한 채 묻어버리면

언젠가는 더 큰 목소리로, 더 아픈 방식으로 찾아온다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감정이 올라오면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 한다.

무섭고 어려운 일이지만, 한 발짝만 용기를 내면

그 감정은 억세고 거친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외롭고, 알아주길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화가 났을 때는 이렇게 말해본다.

“화났구나. 너는 지금 뭔가 억울하고 상처받았구나.”


슬플 때는 말한다.

“괜찮아. 지금은 슬퍼해도 돼.”


두려움이 올라올 땐 묻는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는지, 나한테 이야기해줘.”


감정은 그런 말을 듣고 나면

조금씩 풀어진다.

더는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내 안에서

“고마워. 이제 괜찮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봐주면, 더는 싸우지 않는다.

감정은 나를 공격하려는 적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온 편지였다.


이제 나는 감정을 사라지게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 감정이 말 걸어올 때,

잠시 멈추어 들어보려 한다.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감정을,

천천히, 다정하게 꺼내어 안아본다.


[나에게 건네는 말걸음]

“지금 이 감정도, 나를 이해하려는 마음의 시작입니다.”


“지금 이 감정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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