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12.03

가을과 겨울을 가로질러

by 차미박

11.20 월요일

연두색과 노란색이 섞인 가을 매화나무가 창밖으로 보인다. 그 잎을 보고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생각한다. 한 친구는 결혼을 했고, 한 친구는 6년간 만난 남자친구와 이별을 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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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화요일

꿈이야기

길에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찾지 못했고 우리가 키우기로 했다. 할머니가 강아지를 씻겨주는데 어떨게 씻겨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물을 붓고 빨래 빨듯이 강아지를 빨아댔다. 강아지는 물을 많이 먹어 쪼그라들었고 배만 빵빵해서 갓 태어난 새끼의 모습이 됐다. 나는 놀랐다. 그래서 그 새끼를 들어 물총을 짜듯 강아지를 한 손에 잡고 쭉-짜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입에서 물을 내뿜기 시작했다. 10번가량 그 행동을 반복할 후에 강아지가 조금씩 움직이며 다시 부풀기 시작했다. 이상한 꿈이었다.


11.24 금요일

사람들의 부피가 커졌다. 겨울이다.


11.27 월요일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지. 지금에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11.28 화요일

“아내의 잔소리는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인간극장에서 나온 표현. 표현이 참 좋다.


11.30 목요일

희미하게 남은 가을 풍경. 날리는 노란 단풍들. 오늘은 영하 1도. 가을과 겨울의 경계는 어딜까?


12.01 금요일

유화를 그리면 시간이 아주 빨리 간다. 유화를 그리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건 거짓말이다. 많은 생각이 난다. 하지만 생각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마치 설거지를 할 때와 같다. 자유롭게 생각들이 여기 들렀다, 저기 들렀다 가볍게 유영한다. 그게 스트레스받는다거나 싫지 않다.


서늘한 부산역 대합실에 앉아있다. 지나치게 큰 캐리어와 쇼핑백을 가지고 앉아있는 몇몇 아저씨들이 보인다. 어디로 떠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큰 짐을 가지고 떠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멀리서 온 손님을 기다리는 그냥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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