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일만으로 채워진 일상은 행복하지 않다. ‘불행하다’라고 쓰려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 ‘행복하지 않다’라고 쓴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인 삶이 행복한 삶이다. 일만 하는 건 평면적 인생처럼 느껴지게 한다.
12.05
가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가 있어. 뭔가 어색하달까. 위화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내 친구가 이사 할 집을 알아보며 어떤 동네에 갔는데 집은 넓고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살고 싶지는 않은 동네였다고 했어. 출퇴근이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 나는 “맞아.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살고 싶은 기분이 드는 장소에 머무르는 것”라고 말했지. 나에게 어쩌면 이 사회가, 도시가 살고 싶지 않은 동네와 같으면 어쩌지?
12.07
팔복궁
모든 것을 이미 갖추었으니 남은 것은 실제로 그 생각의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뿐입니다. 실천만이 남았습니다. 모든 복이 발에 있으니 가야 합니다. 가면 반드시 복이 될 것입니다. 멀든 가깝든 재지 말고 뛰어가야 합니다. 가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복을 만드니 주저할 것이 없습니다. 조상의 터는 불리하니 새 천지를 향해 가서 개척해 얻는 것이 바로 큰 운입니다. 설령 힘에 겨워도 새 천지를 향해 개척해 가고 얻은 것을 다시 남겨두고 또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걷는 만큼 행운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일하여 얻어야 하는 운명이니 스스로 행하여 얻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생각한 것에 주저하지 말고 가면 그곳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걸어 복을 만드니 멈추지 말고 계속 찾아 나서야 합니다. 걷는 곳마다 행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지어 받는 것이니 주어진 일에만 맞서서 있지 말고 다시 만들어나가야만 합니다. 발 복이 있으니 찾아 나서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걸어가면 반드시 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2.09
눈을 뜨고 생각의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 문득 내 손을 봤다. 그리고 조금씩 움직였다. 내 손이 있는 게 신기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불편함을 대하는 방법 중에 가장 쉽고 안 좋은 방법은 그냥 참는 것이다.
12.11
겨울에 식물은 성장을 멈추고 생명을 지키는데만 몰두한다. 겨울은 인간의 힘든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힘든 시기가 오면 성장보다는 현재의 일상을, 생명을 지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12.12
짝사랑을 끝내는 사람도 가슴이 찢어지지만 짝사랑을 끝내짐을 하는 사람도 어디 한 군데가 찢어진다. 마치 심장이 하나뿐인 쌍둥이를 갈라낸 것처럼. 짝사랑을 끝낸쪽은 심장이 없이 죽어버린 쪽을, 짝사랑을 당한 사람은 심장은 가졌지만 엄청난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 쪽을 가지는 것과 같다.
12.14
꿈 이야기를 하다가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얕은 수면인 램수면일 때 꿈을 꾸는데 자는 동안 램수면이 반복된다고 한다. 반복될 때마다 보통 우리는 꿈을 꾸는데, 우리는 그중 맨마지막에 꾼 꿈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깨고 나면 현실과 꿈이 혼동되면 안 되니 뇌는 얼른 그 꿈의 기억을 지운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깼을 당시에는 꿈을 생생히 기억하다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감쪽같이 잊어버리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모양이 있다. 이모양은 네모가 됐다가 동그라미가 됐다가 없는 것처럼 쪼그라들었다가, 없으면 안 될 것처럼 팽창하기도 한다.
12.15
해를 가리는 먹구름이 층층이 지독하게 쌓여있다. 누군가의 마음도 저렇겠지. 기다리면 다시 맑은 하늘이 밝아올 텐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저 먹구름이 자신의 하늘이라고 생각할 테지. 나도 그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