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점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
워터스톤스(Waterstones)는 런던에만 약 20개 정도의 지점을 가진 영국의 대형 서점 체인이다. 그중 피카델리에 위치한 워터스톤스는 6층 규모로, 유럽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워터스톤스는 대형 서점이지만 각 지점에 꽤 많은 자율권을 준다. 그래서 지점마다 책을 큐레이션 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그만큼 분위기도 다르다. 같은 브랜드지만, 같은 서점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센트럴에서 조금 떨어진 햄프스테드에 있는 워터스톤스였다. 토요일 오후 2시쯤 방문했는데, 역시나 서점은 꽤 붐볐다. 계산대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계산을 하거나 빠른 걸음으로 서가 사이를 오갔다. 어떤 직원들은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괜히 바빠 보이는 직원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한쪽에 서서, 큐레이션 되어 있는 책 한 권의 서문을 조용히 읽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남자 직원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다 나를 힐끗 보더니,
“그 책 정말 재밌어요. 추천해요.”
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뒤에 뭐라고 더 말했던 것 같은데, 알아듣지는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날 서점은 정말 바빴다. 계산대 줄만 해도 10미터는 되어 보였고, 다른 직원들은 손님들 책을 찾아주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 와중에 그 직원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손님 한 명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이 아니라 특별한 손님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후에 다른 직원에게 책 한 권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나온 지 꽤 된 책이라 쉽지 않았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주려 했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서점에 들어온 순간부터, 책을 고르는 순간, 계산하는 순간까지 모든 경험이 좋았다.
워터스톤스 햄프스테드 지점은 역사적으로나 인테리어적으로 아주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분명 사람, 바로 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 방문한다면 꼭 직원들에게 책 추천을 받아보고,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하고 싶다. 그 순간, 이 서점에서의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서점을 만드는 건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2025.12.13. S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