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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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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Dec 09. 2020

우리 가락의 대중화, 문제 있어?

변주된 전통 음악도 결국은 우리 가락

한국관광공사 홍보 동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SEOUL>의 한 장면

  한국관광공사 홍보 동영상의 인기가 굉장하다. 국악·판소리를 현대적인 비트와 접목한 중독성 있는 음악, 그리고 독창적인 퍼포먼스가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영상의 인기와 더불어 영상에 나온 노래, <범 내려온다>도 인기가 높아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노래를 부른 ‘이날치밴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나는 최근 이 밴드의 노래를 듣다가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접목해 음악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또 누가 있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MBC <우리가락 우리문화>에서 더 많은 퓨전 장르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레게 그루브와 판소리가 만나면


<우리가락 우리문화 213회, 공연 중인 서도밴드>

   먼저, ‘서도밴드’는 판소리 보컬에 팝(Pop)적인 요소를 가미한 음악들을 많이 불렀다. 그중 <언제까지>와 <내가 왔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서도밴드의 곡들은 대부분 춘향가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중 춘향가의 서사가 잘 드러난 곡들이 바로 그 두 곡이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는 춘향가 중 잘 알려진 <쑥대머리> 대목을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펑키한 리듬으로 재해석한 탓인지 곡이 굉장히 현대적으로 들렸다. 특히 노래 부르는 도중에 영어로 애드리브를 하고, 재즈 창법 중 하나인 스캣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이 곡에 이어서 부른 <내가 왔다>에서는 보컬리스트와 밴드 멤버들 간 문답식의 코러스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 “서도: 내가 왔다 내가 / 멤버들: 변 사또는 벌을 받아라 / 이 애 춘향아 어서 나와라”라는 부분에서는 한 곡을 듣는 것이 아닌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우리가락 우리문화 214회, 공연 중인 소울소스 meets 김율희>

   그리고 또 다른 팀, ‘소울소스 meets 김율희’는 한 마디로 재치 넘치는 그룹이었다. 판소리와 레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를 그들만의 스타일로 해석해냈기 때문이다. 레게를 해 온 소울소스 멤버들의 연주가 판소리 대목들을 훨씬 더 빛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악기 연주와 판소리가 가장 잘 어울렸던 곡은 흥보가의 한 대목을 모티브로 한 <The Swallow Knows(제비는 알고 있다)>이었다. 드럼과 트럼펫, 퍼커션을 활용해 도입부를 시작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 덕분에 제비를 잡으려고 소란해지기 전 폭풍전야가 긴박하게 잘 표현됐기 때문이다. 또 <정들고 싶네>는 레게 특유의 그루브 선율이 잘 어우러진 곡이었다. 노래 중간에 오직 박수 소리로 박자를 맞추며 “정들고 싶네/이 밤이 새도록 그대와 정들고 싶네”라는 가사를 노래하는 부분이 특히 중독성이 있었다.     


겉은 조금 달라도 결국은 우리 가락


<우리가락 우리문화 213회, 인터뷰 중인 하윤주>

   퓨전 국악이 낯선 음악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우리의 국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국악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퓨전 국악도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전과 현대의 음색을 두루 담아내는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는 <우리가락 우리문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가는 옛 선조들의 시조를 긴 호흡과 긴 장단으로 노래하는 장르입니다. 이런 매력을 지닌 정가를 전공했지만, 저는 모든 게 빨리 흘러가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이 만들어지고 불리는 과정에서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에게서 멀어진 전통 음악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전통 음악을 어떻게 대중화시킬지 고민하는 자세가 이젠 필수적이다. 전통 음악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존중하되 음악적으로 변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전통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것들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판소리, 정가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 음악과 R&B, 레게 등 다양한 장르의 장단을 섞어보았다. 그리고 전통 음악에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감성을 입혀보려 애썼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중은 전통음악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퓨전 전통 음악, 겉으로는 전통과 조금 멀어 보여도 그 뿌리는 결국 우리 가락이다. 이날치밴드의 안이호는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 제가 즐기는 게 21세기의 판소리라고 생각해요. 갓 쓰고 도포 입고 하는 것도 21세기의 판소리고, 이날치가 이렇게 하는 것도 21세기의 판소리인 거죠.”라고 말했다. ‘전통 음악’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분위기가 지속되길 바란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첫 번째 이미지), MBC·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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