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가 또다시 흥행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환불해줘야 할 것 같은 네 명의 스타,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를 필두로 결성한 그룹, 환불원정대다. 유재석의 부캐릭터는 미국 유학 출신이자 신박기획의 대표인 지미유다. 시청자들은 연차, 나이 모두 다른 네 명의 가수들이 모여 무대에 서는 모습에 울고 웃었다.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편은 이달의 PD상 예능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무한도전은 토요일의 단비였다. 금요일은 무한도전 때문에 설레는 시간이었고, 월요일은 친구들과 무한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매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멤버들의 에피소드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태호 피디는 꾸준히 놀면 뭐하냐는 듯, 새로운 도전들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이쯤 되면 김태호 피디의 모토가 “놀면 뭐하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태호 피디의 무한한 도전
(1)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무한한 캐릭터쇼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김태호 피디는 ‘무모한 도전’ 이후 ‘무리한 도전’부터 연출을 시작했다. 그는 캐릭터를 강조할 수 있는 쇼이고, 결핍되고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컨셉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 특집회 1회에서는 그가 어떻게 무한도전 멤버들을 구성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하하는 유재석이라는 캐릭터가 골찬스를 만들 때, 도움을 주는 미드필더 역할, 박명수는 호통 개그를 치는 역할, 정준하는 가끔씩 박명수의 웃음 코드가 어긋날 때 균형을 잡아주는 웃음 사냥꾼 역할을 했고, 이 모든 구상은 김태호 피디의 연출이었다.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캐릭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2006년 ‘무한도전’이 탄생한다. 김태호 피디는 멤버들의 리얼한 모습에 집중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작이었다. 지각하는 멤버들의 모습부터 정형돈과 하하의 어색한 관계를 폭로하는 등 멤버들의 리얼한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특히 형돈이의 실제 생활을 담은 ‘형돈아~’ 시리즈는 그동안 애매했던 캐릭터였던 정형돈에 시청자들이 애틋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 생기면서 무한도전은 오랫동안 캐릭터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은 못난 형이었던 박명수가 딱따구리 놀이를 할 정도로 사랑을 하거나 키가 작은 꼬마가 어느덧 아빠가 되는 과정을 함께 했다. 김태호 피디는 못난 사람들도 사랑을 받고, 그 안에서 사랑을 하는 모습에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무한도전의 또 다른 리얼함은 즉흥성에서 나왔다. ‘알래스카’ 특집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하나마나 행사의 계기가 됐고, 비 오는 날 강행됐던 촬영 현장에서 지나가던 이장님이 제시한 논두렁 몸개그는 레전드 특집이 됐다. 이러한 즉흥성은 무한도전만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들었고, 멤버들의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웃었다.
(2) 모두를 웃고 울린 무한도전 멤버들의 도전 프로젝트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무한도전은 리얼한 캐릭터쇼 외에도 무수한 도전들로 사랑을 받았다. 모델, 댄스 스포츠, 봅슬레이, 조정 등 수많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첫 장기 프로젝트는 쉽지 않았다. 한 번의 도전을 위해 한 달 동안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한 멤버도 있었다. 하지만 첫 도전이 끝난 뒤 멤버들이 오히려 프로그램에 책임을 느끼고, 제안을 하게 됐다.
이때 김태호 피디는 결과 위주의 방송 화법에서 벗어나 과정에 집중했다. 멤버들이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한 번의 도전을 위해 연습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전들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봅슬레이’ 특집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봅슬레이를 완주했을 때, 멤버 모두가 우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3) 다양한 선한 영향력
MBC ‘무한도전 특집회’ 3화
리얼함, 도전으로도 충분한데, 김태호 피디는 방송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은 무한도전만의 색깔을 보다 큰 프로젝트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베이징 올림픽’ 특집에서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조명했고, ‘선택 2014’ 특집으로 당시 지방선거 투표율을 10% 올렸다.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는 한국의 현대사를 조명하는 시간을 갖고, ‘위대한 유산’ 특집에 대한민국의 유산과 랩을 콜라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놀면 뭐하는 김태호 피디의 무한도전 확장판
(1) 놀면 뭐하니, 유재석의 무한한 캐릭터쇼&도전
MBC ‘놀면 뭐하니’ 38회
김태호 피디는 유재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유산슬, 라섹남, 유DJ뽕디스파뤼, 닭터유, 유고스타,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지미유까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유재석은 다양한 도전을 한다. 도전의 선정은 때론 즉흥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추천한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캐릭터들의 향연은 마치 무한도전의 캐릭터쇼를 연상시킨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유재석만을 캐릭터화하지 않는다. 유재석의 새로운 부캐릭터와 함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그 안의 새로운 케미를 연출한다.
(2)같이 펀딩, 캐릭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MBC ‘같이펀딩’
김태호 피디가 새롭게 도전한 또 다른 예능은 ‘같이 펀딩’이었다. 스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금한 기금으로 사회로 환원하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의 선한 프로젝트와 그 이후 모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MBC ‘무한도전 특집회’ 1화
TV가 예전만큼 위상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예전만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김태호 피디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사랑받는 캐릭터, 무한한 도전과 선한 영향력을 중심으로 인기가 지속됐다.
김태호 피디의 콘텐츠를 보며, 핵심은 여전히 콘텐츠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복기해보면서 느낀다. 사람들이 김태호 피디의 예능을 보며 울고 웃었던 이유는 꾸미지 않는, 진정성에서 비롯되었음을 말이다. 시청자와 동떨어지지 않은, 평범하고 때로는 평균 이하로 보이는 캐릭터들의 성장을 함께 보고, 그들이 도전에 실패해도 과정에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불완전하지만, 진심으로 도전에 응하는 멤버들의 모습 때문이다. 그 꾸미지 않음이 리얼이었다. 나아가 단순히 도전이 개인에서 끝나기보다 사람들에게, 또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또다시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김태호 피디는 놀면 뭐하냐는 고민에 본질적인 답을 해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