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예찬
그들은 가난한 신혼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의 경우(境遇)라면. 남편의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했지만, 그들은 반대(反對)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에 있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出勤)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정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세요.”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정심시간이 도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 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어요.” 낮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瞬間),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는 행복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보감(幸福感)가슴이 부풀었다.
다음은 어느 중로(中老)여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여인이 젊었을 때이다. 남편이 거듭 사업에 실패(失敗)하자. 이들 내외는 갑자기 가난 속에 빠지고 말았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 사과 장사를 시작 했다. 서울에서 사과를 싣고 춘천에 갔다 넘기면 다소의 이윤(李潤)이 생겼다.
그런데 한번은, 춘천으로 떠난 남편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어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제날로 돌아오기는 어렵지만. 이틀째는 틀림없이 돌아오는 남편이었다. 아내는 기다리다 못해 닷세째 되는 날 남편을 찾아 춘천으로 떠났다.
춘에만 닿으면 마나려니 했지요, 춘천을 손바닥만 하게 알았나 봐요, 정말 막막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여관(旅館)을 뒤졌지요, 여관이란 여관은 모조리 뒤졌지만, 그이는 없어요, 하룻밤을 여관에서 뜬 눈으로 새웠지요, 이튿날 아침, 문득 그이의 친한 친구 한 분이 도천(道廳)에 계시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그분을 찾아 나섰지요,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정거장(停車場)에 들러 봤더니 ……
매표구(賣票口)앞에 늘어선 줄 속에 남편이 서 있었다. 아내는 너무 반갑고 원망(怨望)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트럭에 사과를 싣고 춘천으로 떠난 남편은, 가는 길에 사람을 몇 태웠다고 했다. 그들이 사과 가마니를 깔고 앉는 바람에 사과가 상해서 제 값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도저히 손해(損害)를 보아서는 안 될 처지(處地)였기에 친구의 집에 기숙을 하면서, 시잔ㅇ 옆에 자리를 구해 사과 소매(小賣)를 시작 했다. 그래서 어젯밤 늦게 서야 다 팔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보(電報)옳게 제 구실을 하지 못하던 8.15 직후였으니 ……
함께 춘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속에서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그때만 해도
세 시간이 걸리던 경춘선(景春線), 남편은 한 번도 그 손을 넣지 않았다. 아내는 한 손을 맡긴 채 너무도 행복해서 그저 황홀에 잠길 뿐이었다.
※이글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가난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가난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가나을 예찬하며 정신적으로 참으라는 식의 교훈적 언급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가나의 지닌 불가피한 부정적인 측면도 나열 함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양면적인 사고와 반응을 이끌러 내고 있다.
문단의 내요을 보면, 필자는 가난이 가진 긍정적인 속성을 1~3문에서 말한 다음,
부정적인 속성을 4~5문단에서 말하고, 이것을 6문단에서 종합하여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글은 가나하게 사는 것의 좋은 점을 많이 들고 있다.
그러나 그 가난이 가진 부정적인 속성도 언급함으로써 가난하게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결국은 화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나하지만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읽기
가난한 삶은 간결해서 좋다. 소찬과 남루한 옷과 버성기에 놓여 있는 초란한 세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하지만, 그 쓸쓸함 속에서 목화처럼 고귀한 기품을 가진다. 정작 쓸쓸한 것은 진수성찬과 화려한 의상과 고급스런 가구들이다. 필요한 이상의 풍요는 자기 과시일 뿐이다. 자기과시는 자기 자신이 없는 사람의 자기 방어 기제이다. 그것은 부족감과 열등감과 불안감의 표현이다. 오페라처럼 화려한 파티는 언제나 그 끝이 시작보다 더욱 쓸쓸하다. 가나한 삶의 간결함은 현실 초극의 힘이 된다.
가난한 삶은 사소한 물건에도 사랑을 쏟는다. 신혼여행에 가지고 갔던 카메라도 세월이 흘러 낡으면 부자들은 그것을 버린다. 그들은 최신형의 카메라를 세로 산다. 하지만 살이 부러진 우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지극한 사랑을 받는다. 다방이나 가계에 그것을 놓고 왔을 때 그곳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가나한 사람은 그 살이 부러진 우산을 찾으러 간다. 부유한 사람들은 상품을 소비 하면서 살고 가난한 사람은 물건 하나하나에 정을 들이면 산다.
가난한 사람은 늘 혼자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상품에 둘러싸여 살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둘러싸여 싼다. 부자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자 집에는 방도 여러 개 있어야 하고 전화도 여러 대 있어야한다. 하지만 그가 가나해지면 사람들은 그를 떠난다. 세상에는 철새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가나한 사람의 주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는 몇몇 사람만 사귀면서, 그들은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산다. 가난한 사람들 간에 살ㅇ을 더욱 더 결합시킨다.
가나한 사람은 늘 혼자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가나한 사람의 고독보다 부유한 사람의 고독이 더욱더 공허하다.
포기, 평온과 행복의 열쇠
승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포기하는 사람은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란 말이 익숙하다. 하려는 일을 그만두어 버림이라는 뜻의 포기, 삶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선 마음에서 떨쳐 버려야할 적이라 들었기에 포기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안, 우울 등 마음의 증상으로 고통을 받으시다가 밝은 마음을 찾으신 분들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여쭈면 환하게 웃으며 “포기 했어요” 라고 답하는 분이 많다. 포기가 좌절을 가져와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에 평안함과 얼굴에 웃음을 가져오는 상황이다.
소통의 도구인 언어의 주인은 사람이지만 때론 언어가 하나의 틀리 되어 주인처럼 우리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기본감정은 행복 이다.’ 라는 틀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되면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행복감을 느끼지 않은 순간에는 내 인생은 기본도 안 되는 실패한 인생이라 판단되어 마음의 더 우울해 진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틀의 내용을 쉽게 수정하거나 교체해 버리면 좋을 텐데 쉽지가 않다.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인생의 사건들과 뒤섞여 단단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언어의 틀을 포기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불행을 쫒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목표가 행복인 것과 행복감이 인생의 기본 감정인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이 우울이라 한다. 잘못 살아서 우울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내용에 우울한 요소가 잔뜩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에 이르지 못해도 우울하고. 결혼은 했지만 결혼 생활이 생각과 다를 때도 우울하다. 자녀가 생기지 않을 때도 우울하지만 끔찍이 아끼는 자녀가 부모 마음대로 성장하지 않을 때도 우울하다.
늘어가는 주름에 우울하고, 획 지나가버리는 내 짧은 인생이 아까워 우울하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범람하다보니 슬며시 만들어진 ‘행복은 기본 감정이다.’ 라는 마음의 틀이, 우리의 마음을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기 쉽다.
‘포기는 없다.’ 는 도전 정신으로 지금의 성공을 일궜다는 한 변호사분의 최근 후배와 대화 할 때 짜증을 많이 내는 것이 고민이라 한다. 소통아 나빠지니 일의 결과물도 좋지 않다고 한다. ‘포기는 없다.’ 는 마음의 틀은 분면히 성공에 도움을 주지만 마음의 에너지를 쥐어짜게 해서 마음을 쉽게 지치게 한다. 마음의 지치면 공감에너지가 고갈되면서 까칠한 언행이 나오기 쉽다. 분노 조절이 힘들다는 고민이 가득한 이유다.
그분께 ‘젊었을 때 하고픈 취미가 없느냐?’ 고 묻자 엉뚱하다는 표정으로 조금 당황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