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거울
며칠 전에는 고인이 된 친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3, 40여 년 전에 고인과 우정을 나눌 때는 우리들은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고인은 돈이 생기면 무조건 나를 끌고 술집으로 가서 함께 술을 마시며 춤을 추며 삶의 회포를 풀며 놀던 마음의 큰 벗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영영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다른 친구와 같이 공원묘지에 갔다 왔습니다.
영정을 모신 방에서 나와 바깥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소주 한잔을 따라놓고 소주 2홉을 나누어 마시면서 고인이 명복을 빌고 돌아왔습니다. 오면서 나는 생각 해 보았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그림자를 거두었을 때 누가 찾아와 무덤에 눈길을 주고 갈 사람이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 시에는 60년대 초반으로 기억합니다. 이어서 대학생활은 한일회담 반대로 사회에 반기를 들었으며 이어서 군대 생활 후에 직장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5.16 쿠데타에서 처음으로 부패척결일환으로 시작하는 제1회공무원시험에 경쟁을 딛고 운 좋게 합격해서 공직을 마치고 오늘을 이르기까지 내게 영향을 기치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대통령들이입니다.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등입니다. 이 사람들의 통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독재와 군사문화, 대모 진압, 그리고 연설문화에 젖었으며, 유신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에 대하여 “민주정치의 조직화를 위하고 행정조직의 능률화를 위하고 경제성장의 촉진 화를 위 한다”는 독재자의 논리로
국민을 우롱한 것은 저의 선택사항이 아니고, 직장유지와 아내와 자식을 위하여 무조건 따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청소년에서 70대 노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독재를 독재 아니라고 하고, 신군부의 잘못을 잘 못이 아닌 듯 외형적으로 위선의 긍정을 하며 따라가는 가운데 삶도 취업도 출세도 할 수 있다는 이중심리가 형성되고 말았습니다.
그로인하여 아름다운 삶은 횡령당하고, 가치 있는 삶은 차압당하고 민족적인 삶의 문화는 왕따 당하고, 눈치 보면서 조용한 삶은 유배지 문화같이 되어 버렸습니다.
총소리, 불도저소리, 망치소리를 따라하지 않으면 서민에서 가는 길뿐이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압축된 경제성장과 압축된 민주화는 압축된 만큼 부작용을 낳게 되었습니다. 뼈대는 있을지 몰라도 살이 없고 높이는 있을지 모르나 옆으로의 안전성이 부족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붓으로 한 획을 긋듯 획일화라는 문화만을 생산해 냈습니다.
그리고 끼리끼리 잘사는 문화와 신화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뼈 있는 사람보다 뼈 없는 사람을 양산해 냈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는 한 때 “NO"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잘나가는 줄과 대열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는 경쟁심리가 드세게 작용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따라 가야하고 동참해야하는 강박관념의 생활문화가 습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오면 죽을 것 같은 “섬사람”의 스트레스와 “무인도”의 공포심리가 형성 되었습니다.
어느 지방 일간지에서 읽었습니다. 한국인은 복제 인이나 붕어빵 같은 인생이라는 것을, 우기들의 사는 도시는 복제도시라고 했습니다. 서울의 명동과 광주의 충장로와 대구의 동성 로와 부산의 중앙로가 똑같다고 했습니다.
빌딩도 비슷비슷 판박이고 음식소비도 서울에서 제주의 마라도까지 “판박이 소비” 라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표정은 없고 미모만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최고 많이 가상영상에 뜨는 탑스타 스타일이고, 학생들의 쌍꺼풀 수술은 입학기념, 코 수술은 졸업기념, 보톡스는 효도선물, 주름살제거는 정년기념 선물이 되어
미모의 평준화를 만드는 성형수술 공화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직장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주말모임이나 결혼식이 없으면 갈 곳이 없어 기분 좋게 지낼 수가 없어 썰렁해 진다는 것입니다. 아무 계획 없이 할 일없이 있으면 불안감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텅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해 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퇴직과 정년이 더욱 두려워 한다는 말입니다. 혼자 못 노는 아이처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술이라도 마셔야 시간을 보내는 것 같고 ‘살아 있음’ 으로 마음이 안정된다는 말입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내면 자기 삶의 아닌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퇴근하면 누군가와 술 약속이 있어야 그 날의 일이 덜 팍팍합니다. 퇴근해서 술판에서 얻은 정보가 직장의 처세에 유익하고 그렇게 줄을 서고 곁에 있어야 내일근무가 보장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보험에 든 것처럼 인사철이 되어도 조금 안심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내 모습을 뒤 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그냥’의 삶인가? 아니면 흘러 보내는 ‘뜻을 둔’ 삶인가를, 주제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오지 오두막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 것 읽어야 행복하다는 무소유 수필가요, 소금처럼 살다 가신 법정 스님의 말이 큰 귀 울림이 되어 나의 내면을 맴도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