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을 함께 한 형님이 계신다. 어쩌면 현재 내 또래(50대 초반)의 많은 이들이 국민 MC로 기억하는 코미디언 이홍렬 형님이다. 나이 차이로 따진다면 막내 삼촌 내지는 큰 형님뻘의 간격이 있지만 4년 전부터 형님이 호형호제를 쿨하게 허락해 주셨다. 방송 피디와 출연자로 인연을 맺고 살다 보니 가끔 촬영 전 후 밥 한 끼나 술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오늘은 그 술자리에서 형님께 들었던 얘기를 조심스레 기록해 볼까 한다. 혼자 지니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보물 같은 얘기라서, 또 한편으론 세상이 모르는 형님의 철학을 자랑하고 싶기도 해서다.
봄비가 오던 3월 초, 그날도 촬영을 마치고 부산역 앞에서 형님과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유난히 대화의 소재 선택이나 감정조절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허참님 때문이었다. 예전 예능프로그램 가족오락관에서 '몇 대 몇'이란 유행어를 만들어 낸최고의 진행자!이홍렬 형님과 작고하신 허참님은 절친을 넘어 찐친으로 카메라 밖에서도 스스럼없이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런 형님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동생의 마음이 오죽 힘들었을지 감히 헤아리진 못하지만 허참님을 기억하는 홍렬 형님의 마음은 직접 제작하신 유튜브 추모영상(https://youtu.be/jetvXMkcTtE)을 보면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작고하신허참님은 생전에 홍렬 형님과 소일거리로 당구를 즐겨치셨다고 한다. 두 분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장면 내기 당구를 치다가 갑자기 허참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홍렬아! 너는 죽는 게 무섭지 않니?'라고... 이 질문에 형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구공을 치며 이런 대답을 했단다. '뭐가 무서워요? 하늘나라에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있어서 괜찮아요라고 말이다. 실제로 허참님은 눈을 감으시기 전에 홍렬 형님의 이 답변을 남은 유족들에게 언급하셨다고 한다. 홍렬이 얘기대로 나 이제 엄마 만나러 가니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내게 말씀하시는 홍렬 형님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나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던 기억이다. 물론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 본연의 이야기지만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이유로 술자리 끝에 두 분의 사적인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도 되는지 형님께 여쭤보았다. 형님은 평생 타인을 웃게 만드는 업을 가지고 살아오셨지만 또 남을 기분 좋게 하는 말씀도 잘하신다. 너라면 뭐든지 오케이... 최근에 서울 상암동에서 형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올해 힘들지? 란 형님의 다정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드렸다. <형님이 있어서 전 괜찮아요>라고... 단 앞에 '오래오래 건강한'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더 좋을 거 같다고 말이다. 가족, 친구, 스승, 선후배등 모든 이에게 하면 좋을 칭찬이고 그 대상이 하늘나라가 아닌 오늘의 삶을 함께하고 있다면 힘이 되는 이 아름다운 말을 전하면 좋을 거 같다. 당신이 있어서 난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