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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바람이 불면 Jul 03. 2022

제3화 종이 써는 남자

부제: 한석봉의 어머니를 오마주

방송 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다. 대한민국엔 지역별로 각양각색의 축제와 

재미있는 대회가 참 많다... 그래서 가끔 신기한 영상도 탄생한다는 사실 늘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때는 필자호기심 왕성했던 9년 차 피디 시절인 2005년! 이야기의 무대는 우리나라 제1의 항구, 부산의 

자갈치 시장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개최되지 않지만 자갈치 축제엔 칼을 좀 다룬다는 많은 상인들이 

참가하는 이색적인 대회가 있다. 이름하여 '붕장어 빨리 썰기 대회'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붕장어 껍질 빨리 벗기고 빨리 썰기 대회'라고 지칭해야 한다. 그 이유는 본론에 들어가서 자세하게 설명하려 한다.  

2003년과 2004년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자를 만나러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자갈치 최고 챔피언의 이름은 이기재 씨(현재 54세, 당시 37세)다. 첫 만남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참으로 날렵한 외모와 빠른 동작의 소유자... 챔피언의 아우라가 가득했던 그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 아래 사진으로 함께 첨부해 본다.



앞서 얘기한 이기재 달인의 기술 포인트를 간략히 설명하면 1. 팔딱팔딱 뛰는 붕장어(부산에선 아나고라 

지칭)를 잡아  껍질을 벗긴다. 2초 안에! / 2. 붕장어를 세 토막 낸다. 체감시간은 1초이며 소리는 탁탁탁! 

3. 속살을 드러내고 토막 난 붕장어를 의 속도로 썰어낸다. 여기까진  50점 만점에 50점인 챔피언의 

기술점수이며, 달인임을 결정짓는 나머지 50점은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그의 역사'다.


이기재 씨는 어릴 적 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터라 바다, 해산물 등등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엄연히 다른 법! 초보시절에 생선써는 일은 그에게 결코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작정 '연습만이 살길이다'를 외치기엔 생선 가격이 만만치 않은터... 이때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스토리의 핵심이다. 래된 신문지, 폐지를 돌돌 말아 생선 대용으로 만들었다. 신문지의 두께 

생선처럼 만들어 고 썰어 나가는 계획! 도마 위에 말아진 신문지를 올리고 짬 날 때 연습을, 짬이 없더라도 썰기를... 그렇게 손에 들린 칼의 움직임엔 속도가 붙었고 세월은 그를 달인으로 만들었다. 본격적인 촬영에 임할 때 담당 피디는 질문 하나와 제안 한 가지를 하게 된다. 


PD: 혹시 자녀가 있는지요?

달인: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딸이 있지요 

PD:  한석봉 게임 아요?

달인: ???

(불 끄고)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석봉의 어머니가 큰 가르침을 주기위해 설정한 불끄고 떡썰기...아니 붕장어 썰기!

퇴근 후 집으로 방문불을 끈 상태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은 종이에 글을 쓰고, 

이기재 씨는 준비해 간 생선을 써는 달인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 

깜깜한 상태에서 적외선 카메라에 비친 부녀의 모습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불을 밝히고 확인한 결과는 예상한 대로 딸은 명필이요, 아빠는 명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 하기도 한 도전이었지만 흔쾌히 미션을 허락해 준 달인이 있었기에 들어진 

재미난 영상이었다. SBS 활의 달인 8회 출연자 이기재 달인의 또 다른 역사가 탄생된 순간이기도 했다.


그 시절 깜깜했던 방에서 글을 썼던 딸은 어느덧 숙녀가 되었고, 아빠는 여전히 생선을 썰며 자갈치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요즘도 부산 출장이 잡히면 가지런히 잘 썰린  붕장어 회를 영접하러 

달인에게 찾아간다. 반갑게 맞아주는 달인의 웃음에 근황 토크는 기본이요, 고소한 맛과 끝내주는 식감의 

회는 덤이다. 강력추천이다(PPL아님) 

이시간에도 종이를 썰며 미래를 준비하는 예비 달인들을 응원하며 몇 안 되는 구독자 중에 한 분이 남긴 

댓글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 Practice makes perfect! -


제4화 예고 <제목: 에쿠*에 배추 실어요> <부제: 김치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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