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사람이 여행하는 법
하지만 J도 그럴 상황이 아닐 때, 내가 한 말이 납득이 안 되거나 감정적으로 받아줄 여력이 안 될 때는 드디어 싸움이 된다. ‘네가 A라고 말했는데, 그건 a가 아니라 틀리다’ ‘네가 B라 말했는데 그건 아까 말한 A와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 옆에서 듣는다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2-3시간씩도 쉽게 싸운다. 하지만 쟁점이 뚜렷해지거나 한쪽이 일부라도 잘못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금방 합의하고, 화해한다. 서로 미안해 - 미안해 하고는 꼭 안아준다.
이게 평상시의 이야기라면, 여행할 땐 좀 다르다. 평상시의 1%가 5%쯤으로 확대된다. 둘다 서로를 살피고 말을 조심할 여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체력이 부족하고,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렇게 서운했던 것들이 터지는 순간이 온다. 이번에는 그게 뉴욕 4일차였다.
그날은 이미 낮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끼는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태국 식당, Sala Thai를 가기로 했다. 브레이크타임 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둘러야 했지만, 당시 아침을 늦게 먹어 크게 배고프진 않았다. 나는 J에게 서둘러 늦은 점심을 먹는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점심은 식당 근처 르뱅쿠키로 대신하고 이른 저녁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J는 어떻게 할지 빠르게 결정하지 못했고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J가 점심을 먹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식당으로 가는 길, 지하철에서 카드를 찍고 빠르게 내렸다. 역에서 식당까지는 1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한 5분쯤 뛰다 걷다 했을까? 뒤에서 따라오던 J가 나를 멈췄다.
“마음이 급해?”
“응, 브레이크타임이 얼마 안 남았잖아. 얼른 가야 밥 먹을 수 있어.”
“내가 밥 이따가 먹자고 했잖아. 빨리 안 가도 돼.“
“언제? 나는 못 들었는데… 그래? 그럼 빨리 안 가도 되겠네…”
밥 먹자고 해놓곤 왜 이렇게 느리게 오나 했는데, 알고 보니 저녁으로 먹자고 했던 거였다. 답답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기분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금은 찝찝했다. 물어봤을 때 빨리 말해주었다면, 혹은 의사를 확실하게 알려주었다면 서두를 필욘 없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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