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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bin Park Jul 02. 2022

비행은 해방이다

우리가 지금 비행이 필요한 이유

2022.6/9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떠나야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에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들. 결코 친절한 사람들. 많이 웃는 사람들. 미소가 자연스러운 사람들. 가족이 전부인 사람들.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만남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오늘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 인생이 짧다 말하는 사람들. 어렴풋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 


리스본, 2022


옆자리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과 나란히 앉게 됐다.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행인지 무척 설레 보였다. 처음 친구와 함께한 여행을 추억해봤다. 그때는 모든 게 어설펐다. 여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티켓팅, 그리고 숙소 예약과 더불어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귀하게 오래 남는 이유는 나를 성장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완벽하게 시작된 여정은 없는 것 같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답지 않은 것 같다. 두 친구의 여정이 어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오지랖) 말을 건네주고 싶었다. 긴장 하나 안 하시고 너무 잘 주무셔서 이미 즐거운 여행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시차 적응을 위해 잠을 청하려 몇 시간 노력 끝에 포기하고 글 쓰고 있는 나보다 낫다.


꼭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내가 통제되는 환경에 놓일 때 더욱 그렇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긴 한데, 공존하는 외로움은 편안한 만큼 커지곤 한다. 늘 타이밍이라는 핑계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그래서 안돼. 인생에서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내가 결정해야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느 결정에는 비교하기 어려운 고통, 책임과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보통 그런 경우는 나만을 위한 결정이 아닐 때가 많다.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것은 올해 안에 결정할 것. 그리고 그다음을 준비할 것. 이렇게 마음먹기까지 꽤 오래 걸린 걸 보면 나도 내 자신이 참 답답하다. 


비행기에서 준 안대를 여행 중에도 쓰려고 한다. 빛 차단이 정말 환상이다. 생각보다 잠에 들기 위해 안대를 끼는 행위는 꽤 효과가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뜬 눈을 의식적으로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귀마개는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보다 소음 차단 성능은 좋았는데 사용성이 영 별로다. 그리고 귀마개를 할 때마다 중고등학교 때 쓰던 기억이 오버랩되어 더 안 하게 된다. 이상하게 오므라졌다 펴질 때의 느낌이 좋지 않다. 억지스럽게 막는 느낌이랄까. 갑분 에어팟 찬양을.


포르투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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