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으면 됐지
(Monthly Intro) 작년 연말, 하루 온전히 한 해의 회고를 했다. (2021 연말 정산 회고)
한 해를 돌아보려니 하루로는 사실 매우 부족했다. 다행히 기록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기억의 편집이 크게 왜곡되지는 않았다. 그때 느낀 점은 하루, 한 주는 어렵더라도 한 달의 회고는 꼭 해볼 것. 글도 글이지만, 내 생각을 가지고 10개의 하이라이트를 꼭 뽑아내 볼 것. 아무래도 연말에 이 하이라이트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잘해왔든, 후회되든 어쨌든 내 성장 기록이니 차곡차곡 모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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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의 평화는 음악
디엠지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처음 와본 철원, 고석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낀 이틀. 윤수일 밴드의 ‘아름다워’와 ‘Imagine’의 간주와 무대가 특히나 감동적이었다. 융님의 디제이도 � 지역 축제처럼 다양한 부스에서 지역의 먹고 마실 것이 풍성히 준비되어 있었고, 페스티벌의 꽃 트래쉬버스터즈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2022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메시지는 #우리의평화는음악 입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DMZ 피스트레인의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우리의평화는음악 을 주제로 릴레이 콘텐츠를 만듭니다. 1번째 릴레이 콘텐츠는 공간 커뮤니티 매니저이자 작가인 박찬빈 님과 함께 합니다.
찬빈 님은 자신의 공간 안에서 음악과 평화를 느꼈던 순간들로 사진과 글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이 음악과 함께 한 평화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 <마음 둘 곳, 여기에> 박찬빈 @DMZPEACETRAIN
2. 브롬톤 동해안 자전거 여행
(1)
첫 브롬핑 3박 4일 동해안 여행 준비 완료. 속초-고성-양양-강릉 순으로 동해안 자전거길을 아주 느릿느릿 달려볼 예정. 여행의 목표는 즐겁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고, 목적은 #동유럽자전거여행 이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캠핑해보고 싶은 꿈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이다.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것은 덤)
(2)
1일 차 요약, Waterproofer. 방수남. 방금 수영한 남자처럼 비에 쫄딱.. 프론트, 랙백을 방수가 가능한 제품들로 골라 다행이었다. 안경도 방수가 가능했다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비와 함께 제대로 라이딩한 하루. 캠핑장 직원분 말로는 금요일까지 비가 온다는데 오늘이 끝이 아닌 시작이겠구나 싶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며 느리게 여행하니,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느리더라도 올바른 길이라면 나름의 힘듦과 재미가 있음을.. 그나저나 오늘 나처럼 우비 입고 자전거 타는 중년 아저씨 한 분을 마주쳐 서로 파이팅한 장면이 자꾸 맴돈다. (거리 위 캠퍼 라이더와의 마주침, 동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독서와 글쓰기를.
(3)
‘비 오는데 무슨 자전거를 탄다고?’라며 이틀간 머릿속 혼자만의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다 비로소 양양 물치 해수욕장에서 빗속에 파도를 향해 거침없이 패들링 하는 서퍼들을 보며 느꼈다. ‘비 오는데 무슨 서핑을 한다고?‘라는 질문의 필요성도, 혹은 질문에도 전혀 개의치 않을 서퍼들. 첨벙첨벙 파도를 맞서며 웃고 있는 한 서퍼에게 이번 여정에 의미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여행에 좋은 날씨는 있지만, 불가한 날씨는 없다고. 결국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것. 오늘은 다시 안 오니까, 후회 없이.
고성 교암리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 속초 시내까지 점프를 뛰었고, 양양 설악해변에서 체력이 소진되어 캠핑장을 스킵하고 멘토 분의 보금자리에 초대받아 머물게 됐다. 원래의 계획은 자전거길 완주가 목표였는데 과감히 포기하고 남은 주어진 길을 페이스에 맞춰 잘 가보기로. 비 때문에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괜찮은데 길이 통제되고, 불가피하게 차도로 가야 되는 몇 번의 위험한 상황을 마주한 뒤 내린 결정. 다른 좋은 날에 아름다운 동해안 자전거길을 완주해야지 다짐하며 다음을 기약해보기로. 완주보다 중요한 건 매 순간의 여행이니까.
내일까지는 찬빈네집 2 원고 작업에 몰두하고, 금~일은 강릉에 머물 예정이다. 양양에서 강릉으로 가는 날에는 부디 하루라도 맑은 날이 허락되기를 바라며. 이틀 차 회고는 여기까지.
(4)
오늘도 여전히 뜨는 해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바다 근처라 그런지 거침없는 파도 소리와 빗소리가 섞일 때면 번뜩 무섭다고 느낀다. (자연이 요즘 제일 멋지고, 무섭다..) 어디에 있던 늘 아침에는 여김 없이 커피를 찾는다. 챙겨 온 도구와 머무는 곳의 장비가 오묘히 어울릴 때면 기분이 좋다. 집을 떠나와 또 다른 새로운 집을 만난 느낌이랄까.
문득 사서 고생하는 여행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현재 내게 주어진 일상적인 것들의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편하게 먹고, 쉬고, 자고, 누리는 것들이 그냥 주어진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또 하나는 이 여행 덕분에 지인 분들께 여러 메시지를 전해 받았다. 각자의 여행 스토리가 담긴 공간, 추억이 스며든 자리들을 바쁜 와중에도 내게 건네주었다.
이번이 끝이 아니기에 다음에라도 그 리스트의 모든 곳들을 다 가보고 말 테다. 그리고 반드시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미루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아침의 책장에서 발견한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처럼 오늘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자유를 만끽해보며.
(5)
자전거 여행을 하면 좋은 점을 정리해봤다.
A) 살이 빠진다.
자전거 타기는 뱃살 제거의 특효약이라고 할 정도로 복부 지방에 타격을 제대로 가해준다. 잘 못 먹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심이다.
B) 단순해진다.
안장에 앉아 페달링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몸의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머릿속의 번잡한 생각들이 단숨에 날아간다.
C) 감사함이 솟구친다.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전에 누리던 작고 큰 것들을 돌이켜 보게 된다. 그리고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된다.
D) 짐을 최대한 줄일 줄 알게 된다.
최대한 가볍고 적은 부피의 짐을 챙겨야 한다. 선택이 아닌 생존이기 때문.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미니멀 라이트(light).
E) 유연해진다.
포기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길이 없으면, 다른 길로 우회를. 제약 조건이 생기면 다른 교통수단을. 문제가 발생하면 나만의 방식으로 주체적인 생각과 민첩함으로 대처하게 된다. (물론 항상 최적의 방식을 찾지는 못할 수 있다)
F) 여행인데, 응원을 받는다.
3. 강릉 워케이션 페스티벌
좋은 날씨에 바다가 보이는 숲에서 각자의 일과 집중할 거리를 가지고 모이는 사람들. 로컬 마켓과 더불어 오후 매시간별 준비된 명상과 요가, 강연 프로그램은 잠깐의 환기와 기분 좋은 자극을 준다. 감사하게도 팔로우하는 노마드맵 님과 #숲피스 데스크 메이트가 되어 담소도 나누고, 서핑에 열중하는 뒷모습도 담아주셨다.
Thanks 위크엔더스!
4. 뚝섬역 건축가 카페, 포어플랜
건축가와 함께 점심을 먹고 건축가의 카페에 방문. 사무실 근처에 근사한 공간을 발견해서 기분 좋았던 오후. 에스프레소 메뉴도 다양해서 마음에 들었다. 저녁~밤에는 Bar로 운영된다고 하여 다음 기회에는 저녁을 노려보기로.
5. 청운동, 뉴오피스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여운헌이라는 이름의 건물. 그 2층에 오픈한 ‘뉴오피스’. 매력적인 동네, 공간에 매력적인 사람과 이웃이 함께하는 일-터. 각자의 방식을 존중받으며, 느슨하고 유연하게 협업해 나갈 수 있는, Safe Zone이 되기도 하는 아름다운 세계 같았다.
동료라는 연으로 이어진 핀님과 8년 전 첫 회사 인턴 동기 혜정 누나, 그리고 개인적으로 팬심 가득하게 응원했던 새롬&재용님의 ‘뉴오피스’ 공동체가 부러웠던 밤이다. 마음 맞는 소중한 이웃이 사는 ‘동네’가 최고다.
6. 아침 작당, 동료들과 일출 라이딩
아침을 함께 사수하는 동료들. 처음에는 글쓰기, 다음은 커피, 이번에는 라이딩까지. 다들 건강하게, 즐겁게, 오래오래 일해봅시다! #찬빈의브롬톤 #수연의따릉이 #야즈의브이로그 #데이지의하비클럽
7. 동해 숙소, 아카이브대진
6년 전, 강릉 출장에서 연이 된 호스트 진희님. 세월이 흘러도 경포호만 가면 당시 운영하시던 공간과 동네의 분위기가 참 따스하고 좋아서 종종 생각이 났다. 한 번쯤 안부를 여쭙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어쩌면 핑계 같긴 하지만) 그렇게 다시 인사드릴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
GU빈티지숍 혜주 대표님 덕분에 피드에서 진희님과의 인연, 그리고 새로이 오픈하신 공간에 머무시는 것을 접하게 됐다. ‘세상 참 좁구나’하는 생각이 들던 시점에 감사하게도 동해시 대진항 인근에 오픈한 아카이브 대진에 초대해 주셨다. (제가 뭐라고.. ㅠㅠ)
진희님과 체크인하며 반갑게 환대해 주시고 오랜만에 대화 나눌 수 있어 참 기쁘고 감사했다. 감개무량한 낮의 아카이브 대진의 장면을 담아봤다. 여기에서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그래서 열심히 내 눈과 마음에 아카이브 대진.
8. 반포대교, 차 없는 거리의 낭만
9. 한남동의 코펜하겐, April Coffee
2018년 1월, 코펜하겐 여행을 가기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에이프릴커피 Patrik의 행보를 응원해 왔었다. 커피를 대하는 그의 메시지는 늘 명쾌한, 근거 있는 자신감의 표본과 같았다.
여행 당시 로스터리 공간은 방문하지 못해 에이프릴 원두를 사용하는 로컬 카페에 방문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꼽는 좋아하는 도시,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해외 첫 지점이 서울이라 더욱 기대되고 반갑다. 그것도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픈해서 더더욱.
패트릭이 내려준 커피를 바로 앞에서 경험할 수 있어 무척 신났던 오늘 오후의 에이프릴.
10. 언리미티드에디션 UE 14
대단하다. 재밌다. 멋지다. 부럽다.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