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그리고 안경

겉과 속

by 임찬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시력은 좋았다.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하면 늘 2.0이 나왔고, 그것보다 더 멀리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안경을 쓰는 친구들은 시력이 좋은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지만 사람은 자기가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나는 안경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무언가 안경을 쓰면 나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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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나는 보급병이 되었고, 지내는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갈 일이 매일 있었다.


평소에 내가 지내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면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경례를 하는 것이었다.

병사들끼리는 경례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병사라고 말하기 귀찮았던 나는 받아버리고 만 적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부사관이나 장교들이 나에게 먼저 경례하는 경우였는데, 병사인 내가 상급자의 경례를 받을 순 없었고, 상급자가 먼저 경례를 받고 내리는 게 원칙이었다.


근데 상대방은 내가 상급자인 줄 알아서 경례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안 지 오래된 중사가 지원을 왔고, 같이 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OOO 중사님 근데 저 다른 곳 가면 사람들이 경례합니다."

"아니 찬수 너한테? 아 근데 병사애들은 그럴만하긴 하겠다 네가 좀 부사관상이야"


"근데 여기 OO(지명) 간부도 저한테 경례합니다."

"아이 야 뻥치지 마 무슨 간부도 경례를 해"


"아 진짭니다. 한 번 보여드립니까?"

"어 한 번 해봐 궁금하다"


내가 차에서 내려서 물건을 전달하려는데 그곳의 하사가 나한테 경례를 했고

그걸 지켜보던 중사는 웃음을 참지 못해 차에 다시 들어갔다.


이런 일이 벌어졌던 이유는 내가 조금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고, 겨울 전투복엔 계급장을 다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귀찮아서 모자도 잘 쓰고 다니지 않으니 계급을 몰라 경례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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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지낼 적에는 내 첫인상을 보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생활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동생과 카페를 갔다.

동생과 제주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던 중 사람들이 날 너무 무섭게 본다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연히 처음에 형 보면 쫄지"

"나?... 왜?..."

"내가 지금은 형이랑 친하니까 형이 안 무서운 걸 아는데, 나도 처음에 형보고 진짜 쫄았었어"


나는 동생이 말하는 이 내용이 되게 충격적이었다.

왜냐면 나는 그전까지, 내 인상이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나에게 친해지고 나면 그래도 좀 착하고 순하게 생겼다고 말을 하는데

잘 모르는 경우나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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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그렇게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던 어느 날

친하게 지냈던 대대보급 쪽에서 일하는 친구가 컴퓨터를 하면서 안경을 쓰는 것을 보았다.


"원래 눈 안 좋아요? 안경 쓰는 걸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도수 없는 블루라이트 안경입니다, 컴퓨터를 오래 보다 보니 눈이 침침해서 하나 샀습니다."


사진 보정을 할 때, 가끔씩 눈이 침침했던 나는 블루라이트 안경에 흥미가 생겼고, 한 번 써봐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눈이 침침한 것은 조금의 핑계였고, 그냥 안경 쓴 내 모습이 궁금해서 써보고 싶었다.

안경을 썼더니,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 것이었다.

내 모습이 순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경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거 어디서 산 거예요? 휴가 때?"

"이거 쿠팡에 팔아요"


나는 바로 쿠팡으로 안경을 주문했고, 한 이틀쯤 지났을까 배송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고 택배를 찾아 차 안에서 포장을 뜯고 안경을 바로 썼다.


평생 안경을 안 쓰고 살다가, 안경을 쓰니 불편한 점들이 꽤 많았다.

시야의 각도가 한정적이었고, 겨울날 밖에 있다가 안에 들어가면 안경에 김이 서려 안 보이는 것이었다.

컵라면을 먹을 때 안경에 김이 서려서 동기에게 어떻게 하면 편하게 먹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더라도 계속 안경을 쓰고 다녔다.

왜냐하면 안경을 쓴 이후로 사람들이 나에게 경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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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앞둔 지루한 어느 날, 전역하고 나서 아이들을 가르쳐 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눈 후 한다고 이야기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던 나지만, 가르쳐 본 적은 없어서 아이들이 날 무서워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첫 말년휴가 때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나는 안경을 쓰고 나갔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다가갈 수 있지만, 아이들은 내 모습이 무섭게 느껴져 거리감을 느낄까 봐

첫날부터 안경을 쓰고 갔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무섭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무섭지 않은 내 본모습을 알게 될 때까지는 안경을 쓰고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내 본모습을 알게 된 3~4달 이후로는 안경을 쓰고 다니지 않았다.

안경을 쓰는 것은 매우 불편하였다 내 인상이 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나는 안경을 쓰면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도 낯선 자리에 가게 되면 안경을 쓰고 나가는 편이다.

첫인상이 박혀 버리면 그 인식을 뒤집기란 쉽지 않은 걸 알기에 안경을 쓰고 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의 가장 큰 오류는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새로운 자리에 갈 일이 많이 없어 안경이 책상에 굴러다니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날 일이 생길 때면 나는 안경닦이를 찾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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