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음이 머무는 것

익숙함

by 임찬수

'익숙함'

나와 함께인 것 마냥 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 지는 것



나는 물건을 잘 못 바꾸는 습관이 있다.

메고 다니는 가방은 고등학교 때 사서 지금까지 10년을 메고 있고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7년을 정비하면서 탔고

사용하는 핸드폰과 핸드폰 케이스는 3년 반을 사용했다.


언젠가 친구가 묻기를, 만약 누가 새로운 물건을 준다면은

그것을 버릴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의 대답은 "그러진 못할 것 같은데"

--------

군대 있을 때 나의 보직은 운전병과 함께 일 하는 보직이었다.


운전병과는 하루를 온전히 같이 지낸다.

아침에 옆 자리에서 일어나 맛이 없는 식사를 같이 하고

같이 일을 하고 같이 쉬기도 하며 같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렇게 할 것을 한 뒤, 따분한 하루가 끝나면은

씻고 잠을 자며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맞이한다.


운전병과는 처음엔 어색하지만 어느 순간 친해지게 되고

두 어달 정도 지내고 나면은 친구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새로운 운전병이 채운다.


나와 처음 함께 했던 친구는 참 어리숙하지만 많이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와는 두 달 정도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친구와 떨어지게 된다니

무언가 연인과 이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친구가 오긴 하지만 나는 이 친구와 함께 지내왔던 기억들이 있는데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그렇게 걱정했던 시간은 새로운 친구를 데려 왔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나는 그 전의 친구와 함께한 기억은 잊고 새로운 친구와 같은 일상을 지내게 됐다.

시간이 흘러 나는 전역 때까지 6명의 친구들과 같은 일상을 살면서 각각 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근데 있죠.

그럼에도 잊지 못하는 친구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추억으로 덮을 수 있었던 것은

그냥 덮을 수 있는 만큼이었다는 것이더라고요.


그 잊지 못하는 친구는 전역을 하고도 자주 연락을 하고

그래도 적지 않은 텀으로 만나곤 해요.

그 친구는 성격이 나와 많이 비슷한 친구였어요.

무슨 말을,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고

같은 것을 해도 그 친구와는 재밌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그 경험으로 느꼈던 것은

익숙함은 함께 했던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마음이 가는 사람이나 물건이 소중하고 중요했던 것이라고

익숙하고 적응이 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나의 마음이 가는 것이라고.



가방을 산 이후 모든 여행을 함께 한 가방도

여러 가지의 변화를 함께 한 자전거도


단순히 편하고 적응이 돼있기에

못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 마음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죠

단지 그 표현이 부끄러워 익숙함으로 치부해 버린 거죠

그렇게 올해는 그 익숙함을 다시금 깨달으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