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가고시마에 그렇게 자주 갔으면 아는 사람들도 있어?"
"있긴 있지? 높은 사람들도 있어. 한 명은 아마미 시의원 됐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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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러니까 내가 20살이던 12월 겨울
아마미에서 여행중일 때, 숙소 옆방 아저씨들이 나에게 자기 방에서 술을 먹자고 제안하였고
어린 나이에 깡도 좋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방으로 같이 가 아마미 소주를 마셨다.
어린 나이에 혼자 아마미에 여행 온 게 신기했는지 아저씨들은 셋이서 번역기를 돌리며 어쩌다가 한국인이 아마미 시골까지 왔냐고 물어보았는데, 나는 가고시마를 좋아해서 아마미까지 찾아보게 되었고,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왔다고 했다.
아저씨들은 가고시마 본토에서 왔다고 했고 아마미에는 회사 미팅차 왔다고 했다.
한 아저씨가 이번 여행에 가고시마 본토도 오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4일 뒤에 가고시마 본토로 넘어가기에 며칠 뒤에 간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 아저씨는 자기네 회사가 가고시마 시내에 있으니 한 번 놀러 오면은 점심을 사주겠다며 나에게 명함을 주었다.
명함을 받아 지갑에 넣은 뒤, 다시 아저씨들과 술을 마시면서 놀았다.
며칠 뒤에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고시마 본토로 넘어가게 되었고 순간 그 아저씨의 사무실을 놀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시간이 지나 그때보다 나이를 좀 더 먹은 지금 생각해 보면은 좀 실례되는 행위가 아닌가 싶었지만
그때는 20살이었기에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무작정 찾아갔다.
아저씨 회사의 건물은 가고시마 방송국 MBC였고 나는 예전에 여행할 때 지나가다가 봤어서 어딘지 알고 있었기에 호기롭게 찾아갔다.
근데 회사명함에는 MBC라는 말이 크게 없었고, 뭐 하는 회사인지 몇 층인지도 몰랐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었는데 마침 1층 주차장 구석에서 회사원들 여럿이 담배를 피우고 있던 것을 보았고 나는 그 아저씨들에게 찾아가서 물어봤다.
"혹시... 이 분을 만나러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일본어를 할 줄 몰라 한국말로 물어봤는데 한 아저씨는 내 말의 뉘앙스는 대충 알아들었는지 피던 담배를 끄고 안내를 해주었다.
안내를 해준 건 50대의 아저씨였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고 엘리베이터까지 에스코트해 주셨다.
머뭇거리면서 사무실에 들어가니 한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면서
"이 분 만나러 왔는데요. 친구예요 토모다치"
사실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 친구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더니 직원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표정을 하였다.
사실 믿기 어려울만한 게 나는 당시 20살인 데다가, 카메라를 목에 메고 한국말로 만나러 왔다고 하면서 자기 친구 만나러 왔다니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근데 1층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왜 사람들이 나를 어렵게 대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누가 봐도 나는 여행객이었고, 어린 나이인데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과하게 깍듯한 모습에 속으로 '일본 회사문화가 원래 이런가?' 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뒤 그 직원분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나에게 다시 찾아와
어떤 방으로 안내하였다.
방에는 쇼파가 여러 개 있었고, 무지 크고 넓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손님 접대실이 무지하게 크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구경을 하던 중 같이 술을 마셨던 다른 아저씨가 방에 들어오더니 나에게 웃으며 여행은 잘 다녀왔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나에게 명함을 줬던 아저씨는 내일 출근하니 시간이 되면은 내일 오라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알겠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누나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그 누나들은 가고시마에 사는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국인이 나에게 이 두 누나를 소개해주면서 잘 지내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가고시마에 지인이 생기기도 하고 같이 놀 사람이 생겨서 좋고, 누나들은 한국어를 배워서 원어민과 이야기 할 일이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었다.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일은 뭐 하면서 여행하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아저씨가 준 명함을 보여주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었다.
"이 아저씨가 저한테 한 번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가기로 했어요! 근데 이 분 뭐 하는 분이에요?"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상하기도 했고
명함에는 일본어와 한자만 가득했기에 나는 무슨 말인지 통 알 수 없어서 궁금한 나머지 물어보았다.
"여기 대표이사 사장이라고 쓰여있네요. 여기 방송국이에요 가고시마방송국 MBC"
술 마시면서 넉살 좋은 웃음으로 각종 음담패설과 장난을 치던 아저씨가 방송국 사장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같이 술을 마셨던 아저씨들은 방송국 사람이었고, 명함을 준 아저씨는 사장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이 날 왜 그렇게 어렵게 대했는지 이해가 됐다.
한 번 생각을 해봤다 어떤 젊은 한국인이 카메라를 목에 메고 쑥스럽게 회사에 와서 자기 회사 사장을 만나러 왔는데 그것도 친구라고 이야기하는데 공손하게 대접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다음날 나는 11시쯔음 회사에 다시 갔다.
어제 한 번 왔었기에 몇 층인지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사무실로 갔다.
오늘은 다른 직원분이 나에게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봤고 나는 어제와 똑같이 명함을 보여주면서
"이 분을 좀 만나려고 왔는데요. 제 친구예요 토모다치"
그 직원도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며 나를 어제와 같은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가서 잠깐 기다리니 사장아저씨가 잘 지냈냐며 악수를 청했고 나는 잘 지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아마미 여행은 어땠냐는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면서 같이 술을 먹었던 아저씨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그 이후로 2년 뒤, 가고시마에 갔을 때 마지막 날 공항에 가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아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갑자기 그 아저씨들이 생각이 났고 마침 숙소가 그 근처였어서 퇴실을 한 뒤 아저씨의 회사로 향했다.
그 날도 예전과 똑같았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이야기하였고 직원이 당황하고 있을 때 예전에 같이 술 마셨던 다른 아저씨가 나에게 웬일이냐고 하면서 안내를 해줬다.
접대실에 가니 사장아저씨가 방으로 왔고 사장아저씨는 나에게 잘 지냈냐고 이야기하였다.
아저씨는 태블릿을 가져오면서 나에게 한국에 놀러 갔었다고 냉면을 맛있게 먹었다고 사진을 보여줬었고
나는 아마미 이후로 가고시마에 두 번 더 왔었기에 그간 있었던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과 함께 공항으로 갔다.
다음에 또 시간이 되면은 들려달라는 아저씨의 말에 내년에 또 오겠다고 했고
그 다음 연도에 가고시마를 갔을 때에는 혼자 간 게 아니라서 들리지 못했다.
아저씨들을 마지막으로 본 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나머지 그 아저씨들은 이제 회사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저씨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간에, 나에게는 여행에서 마주한 좋은 기억과 즐거움이었고,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전달해 준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순수함을 지켜준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