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

by 임찬수

'게으른 완벽주의'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요즘 알게 된 '나'의 모습이다.


나는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잘 해내고 싶어 한다.

완성도 있게 해내고 누군가가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 태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익숙한 일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잘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건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느 날, 그 욕심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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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한 회사에서 제품사진 촬영 의뢰를 받았다.

나는 사진이 너무 싫어서 카메라를 다 팔아버리고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하며 살던 사람이었다.


전역하고 사진을 하려 했지만, 군대에서 다리를 다치게 됐다.

나와서 일상생활은 해야 했기에 카메라를 사려고 모아둔 돈을 다 써버렸고 무릎을 굽히질 못하니 카메라가 있어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다리를 다치게 된 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고, 전역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사진작가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은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너무 화가 나서 다 그만둬버렸다.


또 하나, 결정적인 이유는 예민해지는 게 너무 싫었다.

사소한 것도 거슬리는 일이 잦았고, 사진을 찍을 때 또는 보정할 때 누군가 날 건드리면은 화가 날 일이 아닌데 화가 났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 큰 부정을 불러왔다.

원래도 예민한 사람인데 날카로워지기까지 하니 문득 내가 너무 별로라고 느껴졌다.


의뢰를 맡긴 회사 측에서는 내 능력을 높이 샀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을 준다기에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여서 지인에게 카메라를 빌려 촬영을 하러 갔었다.


가는 내내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지하철을 한 시간 정도 탄 뒤, 처음 마주하는 거리를 10분 정도 걷다 보니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에는 회사에서 나온 디자이너와 모델이 있었다.

나는 제품 촬영을 하러 왔기 때문에, 제품만 촬영했고 웹 디자이너가 모델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왜 나를 부른 거지?'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를 하려 하는데 디자이너분이 나에게 오더니

"혹시 모델 사진도 촬영하실래요?"

듣고 나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찍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사실 내가 가장 찍기 편한 건 풍경 다음으로 인물 사진이었다.

오히려 제품 사진보다 찍기 편했지만, 내가 가져온 카메라도 디자이너분이 빌려온 카메라도

나에게 익숙한 장비가 아니었기에 편하게 찍기가 어려울 것 같았고,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인물사진을 잘 못해서 어려울 거 같다고 둘러댔다.


사진을 찍다가 잠시 쉬면서 디자이너분과 모델분이 촬영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왜 나에게 모델사진을 부탁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눠서 알게 된 거로는 사진을 처음 하는 분이었고 카메라도 처음 만져본다고 하셨다.

"그러면 의뢰할 때 같이 맡기셔도 됐는데 왜 하셨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카메라 세팅을 확인했는데 JPG로 돼있길래 혹시 보정할 줄 아시냐고 물어보니 보정을 아예 할 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세팅을 RAW(원본)+JPG로 바꾸고 난 뒤 카메라를 드리면서 촬영이 끝나고 원본사진을 보내주면 보정을 해주겠다고 했다.


촬영을 다 마치고, 디자이너분에게 메일주소를 알려드린 뒤에 사진을 받기로 했고

다음 날 메일로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을 받고 나서 확인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디자이너분이 찍은 사진은 800장 가까이 됐고, 나는 이 많은 사진을 다 검토하고 선별해서 보정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기도 했고, 처음 하시는 분이다 보니 구도와 각도가 내 기준에서 엉망인 게 정말 많았다.

평상시 내가 찍은 사진들을 검토할 때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럴 일이 자주 있진 않지만 하나하나 다 보정해야 한다고 한들 2~3일 안에 다 마무리하는 편이었다.


촬영본을 보고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질러버려서 갑자기 안 해준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진을 프로그램으로 하나 하나 보는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 내 장비로 내가 찍은 사진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금방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 사진들은 내가 찍은 것도, 내 장비도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많은 예민함을 가져야 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일단은 모델사진을 뒤로한 채, 내가 촬영했던 제품사진 보정을 시작했다.

신중하게 찍기도 했고, 그렇게 많지 않은 사진 양이라서 금방 보정을 다 마쳤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제품사진을 보내주면서 모델사진은 다음 주까지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그리고 그러면 안 됐지만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 많은 작품들을 살릴 생각에 늘 머리가 아팠다.

간간히 시간이 나거나, 마음이 갈 때 조금씩 보정을 해나갔지만 할 때마다 남아 있는 사진 장수를 확인하면 너무나 막연했고

그러다 보니 손이 가지 않아서 계약사항에 없던 거니 천천히 해야겠다는 사회생활 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버렸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시는 물보다 흘리는 땀이 더 많은 것 같은 여름이 서서히 지나가고 반팔보다는 긴팔을 입는 계절로 넘어왔다.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단. 한 가지 변함이 없던 것은 모델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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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밴드 제안을 받고 나서, 흔쾌히 하기로 했다.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락을 그렇게 좋아한 적은 없었고

내가 자주 듣는 곡들, 그리고 좋아하는 곡들은 잔잔한 곡이 많았고

신나는 곡들도 몇 개 있긴 했지만, 그 노래의 가수들을 좋아한 거지 장르를 좋아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평소에 고등학생 때처럼 합주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고

락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한 것은 아니었기에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음악적으로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끼리의 호흡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고등학생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기 때문에, 같이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괜찮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의 밴드는 중간점검식으로 발표회처럼 지인들을 모아 간소하게 공연을 한다고 했고

나에게 그 공연을 보러 오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다들 실력들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다들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고, 다들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공연을 잘 마무리했다.


뒤풀이에서는 밴드원 두 명과 알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재밌게 놀았다.

같이 놀면서 혹시나 나와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들 좋은 사람이었고, 나와 그렇게 어긋나는 부분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합주는 언제 하는지 물어보았다.

통화를 하다가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은 합주하기 전에 만나서 술 한 번 먹는 게 어때?"


이 말을 듣자마자 조금 두려우면서도 꺼려지는 게 있었다.


친구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고등학생 때가 마지막인데, 고등학생 때의 나는 지금과 다르게 외향적이었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말을 걸어주었기에 학교에서 친구도 상당히 많은 편에 속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학교 끝나고 학원가에 가면은 인사하느라 손을 내릴 수가 없을 정도로 친구가 많았다.


친구는 나와 동아리를 같이 했기에, 그런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변했고 사람을 만난다거나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이 점점 힘겹게만 느껴졌다.


"어... 근데 꼭 먹어야 해?..."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굉장히 부담스럽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냥 처음 만나서 바로 합주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친해지고 하는 게 낫지 않아?"


솔직히 친구의 말이 맞다. 나도 그렇게 이야기 나누면서 친해지고 합주하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맞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기에 잘 모르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는다는 게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몇 주 뒤, 사람들과 처음 만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2주 뒤에 합주날짜가 잡혀서 나는 준비를 해야 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연습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시간제 드럼 연습실을 예약하고

몇 십 개의 스틱이 들어있는 내 방 서랍을 뒤져서 짝을 맞춰 가방에 넣은 뒤 연습실로 갔다.


연습을 하다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졌다.

음악을 들었을 때,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았던 곡들이 잘 안 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드럼을 연주한 것은 2년 전이었다.

예전에 성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성가대 담당 선생님이었고, 아이들 중에서는 드럼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단순히 이유가 궁금해서 왜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았고 아이들은 재밌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했고

청소년 미사 때는 성가반주에 드럼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멋있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중학교 때 그냥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드럼을 배웠기 때문에 이유가 달랐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매주 일요일마다 아이들을 따로 불러 한 시간에서 두 시간정도 가르쳐주었다.


교사를 그만 두니, 연주할 일이 없었다. 취미로라도 다시 하기엔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었고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았다.


교사할 때도 연주를 하는 일이라고는 아이들이 시간이 되지 않아 땜빵으로 몇 달에 한 번 한 것이었고

그마저도 간단한 연주들이었기에 무리 없이 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주를 하니 손이 예전만큼 잘 돌아갈 리도 없었고, 전 날에 과음을 한 탓인지

충분히 문제없이 할 수 있던 것들이 잘 안 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노래에 적응이 잘 안돼있어서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축제 때 일 년 동안 연습해서 공연했던 노래를 연주해보려고 했다.

기대와는 다르게 그 노래도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어느덧 예약 한 시간이 다 돼서 연습실을 나오는데 허탈함과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할 수 있다고 호기롭게 이야기했는데 어떡하지?'

합주날이 다가올수록 부담감도 점점 다가왔다.

그래서 합주 전 날에 연습실을 예약했고, 나름의 꼼수로 평소에 사용하던 스틱보다 가벼운 스틱을 가져가서 연습을 했다.


기존에 갔던 연습실은 세팅이 나에게 맞지 않아 불편했다. 내가 조정을 하려 해도 조정이 잘 안 됐고

좁은 환경 탓에 세팅을 바꾸기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새로 찾아서 예약한 연습실은 세팅이 나에게 적합하게 돼있었고, 여기서는 부담 없이 연습을 했고

잘 안 됐던 부분들이 전보다는 잘 되었다.


그래도 몇 번 더 연습했어야 하는데 너무 대책 없이 가는 것 같아서 가방에 스틱과 불안함을 넣은 채 집에 갔다.

그날 연습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군인인 친구가 명절이라 휴가를 나와서 동네에 왔고 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술을 마셨다.


그래도 첫 합주라 전 날 술을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워낙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고 자주 보기 힘든 친구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오니 6시였고 그 상태로 씻고 유튜브를 좀 보다가 7시쯤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시간은 2시였다.

합주는 5시인데 정신이 나갔구나 생각을 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잠이 덜 깬 상태로 합주실에 가려고 준비를 했다.

버스를 타고 미리 도착한 합주실에는 밴드원들 몇 명이 미리 와 있었고 다른 한 친구는 미리 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던 그 친구는 합주를 위해 한 시간 먼저 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스틱을 잡은 지 14년이나 된 나는 무슨 건방짐으로 전 날 그렇게 술을 퍼마셨는가


내 순서는 좀 뒤쪽이었고 합주를 보면서 손을 풀고 있었다.

오랜만에 합주실을 와서 합주하는 것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마음속 한 구석에는 설렘이 있었지만, 많은 구석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너무 긴장되고 걱정되는 마음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긴장을 해소하려 했다.

내 차례는 다가왔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연주는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수를 너무 많이 했고 내 역량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기에

하는 내내 불안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플레이와 톤 둘 다 신경 쓰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챙기지 못했다.

팀원들은 그래도 괜찮게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끝나고 회식을 하는데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즐거울 리가 없었다.


술에 취해 집에 걸어가면서 든 생각은 그냥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면서 옛날처럼 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한다고 했을까

여러모로 많은 후회가 밀려왔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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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합주를 했던 날에는 간단하게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을 했다.

고등학교 때도 많이 했던 방법이었고, 우리가 연주할 때는 모니터 시스템이 제대로 돼있지도 않고

어떻게 연주하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영상을 받아서 본 내 연주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더 볼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합주를 하고 영상을 찍으면은 드럼선생님에게 항상 영상을 보냈었다.

선생님은 재즈를 하시는 분이라 늘 락은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무렴 나보다는 잘 아시고 잘하시니까 영상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았었다.

선생님에게 영상을 보내면서, 너무 긴장해서 마음처럼 잘 안 됐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잘하는데?"


선생님이 못하는데 잘했다고 하시는 분은 아니었기에 답변을 듣고 정말 의외였다.

"그래요? 사실 요즘은 소리크기와 톤을 좀 신경 쓰는데, 그러다 보면 플레이가 잘 안 되더라고요"

"네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연주 전에 연습을 해야 해결이 돼. 연주를 하면서 신경 쓰니까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근데 더 테크닉적인 연주보다 지금이 더 좋아 보여. 스스로 많은 걸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선택 중 최선의 선택을 해서 열심히 해"


선생님의 답변은 내 예상과 달랐다. 나에게 드럼 그리고 음악을 가르쳐준 선생님은 한 분이기에 나와 관점이 크게 다를 순 없었다.

그러고 나서 영상을 다시 보니 그렇게 못 하지 않았다.

노래에 맞게 깔끔하게 연주했고, 톤과 모션 플레이들도 다 괜찮았다.

물론 실수한 부분은 존재했다.

그렇지만 나는 실수한 부분만 너무 집착했고 잘하거나 괜찮게 한 부분들은 내 고려대상에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잘하려고 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기에 오히려 잘하지 못했다고

그 부담감 때문에 더 잘하지 못했고, 안 좋은 면만 바라봤기에 내가 너무나도 모자라보였고

그래서 무언가를 하기가 꺼려지고 두렵고 도망친 것이라고


왜였을까 그걸 알고 나서 떠오른 것은 내가 미뤄 놨던 사진들이었다.


그 많은 사진들을 보고 나서 막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단순했다. 내가 보정을 해준다고 이야기했는데 잘하지 못한다면은 나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디자이너분은 나에게 완벽한 사진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 좋은 사진을 바란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컴퓨터에 앉아 보정프로그램을 켜 몇 장 보정을 해보았다.

내 기준에서 100점의 사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7~80점 정도의 사진은 순식간에 보정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인 것이다.

내가 봤을 때는 7~80점의 사진일지언정 받는 사람은 그것보다 더 높게 점수를 매길지 모른다.


평소에 내가 제일 미워하는 것은 나였다.

나는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너그럽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너무나도 엄격한 사람이었다.


교사를 할 때, 아이들이 미사 때 반주를 하고 나서 잘하지 못했다고 속상해하는 일이 많았다.

연습을 해오지 않아서 혼낸 적은 있지만, 연습을 해왔는데 잘하지 못했다고 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고,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결과물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노력이 쌓이면은 결과물도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했고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컸다.


그것은 어쩌면 나의 단점을 알기에 아이들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괜찮아. 그래도 해보려고 연습 많이 했잖아. 오늘 못 했을지 몰라도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 아니야? 그것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왜 뭐라고 해"


아이들에게 한 말 중에서는 단 하나의 거짓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근데 정작 그 말들을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건 나였다.


평소에 보정할 때나 글을 쓸 때 그리고 자기전에 듣는 음악들이 있다.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싶었다.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보정을 했다.

500장의 사진을 순식간에 보정을 했고, 끝이 보이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웠다면은 나를 조금 더 믿었더라면은

그랬다면 늘 이유를 붙여 도망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나를 조금 덜 미워하기로 했다.

그게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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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델 사진 보정본 전달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오래 걸렸습니다.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첨부한 사진 확인하시고, 혹시나 추가로 보정을 해줬으면 하는 사진이나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은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해 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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