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에 부쳐
따듯하게 자랐다고 매번 생각했습니다
사실 죽을 때 남는 건 그런 식지 않는 추억 같은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키워내는 동안 동전 지폐 같은 것들이 모자란 적이 썩 많았다 들었지만 그닥 맘을 쓰거나 고민한 적 없던 것은
구제 니트 삼천 원 오천 원에 산 일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보면서 자랐기 때문이겠지만
구제 가게 옷걸이 앞을 지날 때
백화점 파격 세일 문구를 볼 때
어머니 생각이 나는 건
꽤 먹먹한 일입니다
이따금
어머니도 꿈이 있어서 재주가 많아서
더 멋진 사람이 되셔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가요제도 나갔다던 이야기
암벽등반을 즐겨했다던 이야기
그림이 좋아 미술 전공했다던 이야기
바다가 좋아 물질도 참 잘했다던 이야기
외로우면 캔디 노랠 불렀다던 이야기
를 들으면 참
어머니의 시절은
꽃 바람 별 때론 강아지같이 맑고 힘찼구나
그런 추억이 식지 않고 전해집니다
두 아일 키운다고
꽃 바람 별 같은 세월 접어두고
여자는 여자라서 이래야한다고
아직 그런 시절을 살아내고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엄마가 엄마가 된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잦습니다
90년 즈음 태어난 사람들이 저와 같이
부모님의 꿈을 갉아먹고 자라서
참 꿈만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만큼이나 그대로
미안한 일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