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콩 수확에 부쳐
작두콩이 열렸습니다.
제 팔뚝보다 더 크고 단단하게 영글었습니다.
이렇게 싱싱하게 열려있는 작두콩은 처음 봤습니다.
함께 일하는 히옥스가 수확해서 학교 카페의 한켠에서 아주 느리게 서걱서걱 자르고 있었습니다. 슥슥 빠르게 썰릴 줄 알고 제가 썰어보겠다고 뺏었다가 단단하고 질겨 몇 개 잘라보지도 못하고 다시 뺏겼습니다.
그렇게 푸른빛을 띠며 단단할 수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히옥스는 작두콩을 썰어 차로 덖는다고 했습니다. 고소하면서 시그러운 냄새가 꼭 커피와 닮았습니다.
작두콩 몇 개를 덖으니 차가 한통이 나왔습니다.
아마 절반은 제가 마실 듯합니다. 얼마 전 저도 비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작두콩차가 비염에 좋다고 하니, 더 자주 마셔야 겠습니다.
어머니가 차를 덖는 일을 작게나마 하고 계신 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수고로움을 굳이 왜 할까. 그런 기계 같은 움직임을 계속 해내는 것일까. 전부 이해하진 못하지만, 몇 줌 꽃, 몇 포기의 풀을 그렇게 덖고 있으면 명상과 같은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작두콩 차가 진하게 우러납니다.
커피와 닮은 향이 납니다. 더 잘 볶아 가루 내고 증기로 차를 내려본다면 커피처럼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다가올 여름에 또 좋은 작두콩을 수확하리라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