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설거지를 한 동생 S에게

그 한 마디를 못하고 울고 있을 여린 마음에 부쳐

by 찬스

13시간 설거지를 하면
내가 그릇을 몇 개나 씻었나 보면
그릇은 하나도 없다

그 싱크대에
그 비눗물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내가 무언갈 해냈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러니까 13시간 동안에
그 고민을 하고 서 있을 동안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그 자리에 서서
있는 것이다

고된 하루라도
씻은 그릇이라도 남겠지 하는
억지의 뿌듯함으로
살아왔을 텐데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니 내 허리 아픈 것이 남았고
아니 머리 아픈 것이 남았고
아니 그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일들이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하루도 여리지 않은 날 없는 활동가 진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