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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May 22. 2021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예술에 계급이 있나요?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을 읽다가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홍대 이 작가’로 활동 중인 이규원 작가는 팟빵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서 구혜선의 미술작품에 대해 혹평했다. 이규원 작가는 구혜선의 미술작품에 관하여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미술은 즐겼으면 좋겠다. 백화점에 전시할 수준도 안 된다" 등등의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구혜선의 팬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사실 나도 몇 해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예술에는 고귀함이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기준이라 하여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할 수 있다는, 뭐 그런 검열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해왔다.





지금은 다르다. 예술이라는 단어에 은근히 녹아있는 귀족주의에 반문하고 싶다.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가.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준이 없다면 정확히 가려낼 수도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규원 작가의 말에 의하면 '보통 예술가들이 짧게는 대학 4년, 길게는 유학 포함 7~8년 동안 내내 교수님, 동료들, 평론가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미술을 해서는 안 되는가 묻고 싶다. 같은 맥락으로 4년제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나 대형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문학 공모에 정식으로 등단을 해야만 작가가 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가.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인내와 노력을 비하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예술에 계급이 있나요?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예술'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신분 사회처럼 계급을 나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의 기준은 다분히 개인적인 것이다. 수준 높게 평가되는 추상화를 보고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이가 순수한 마음으로 그린 그림에 감동받는 사람도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예술의 관점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규칙을 모두가 지킬 필요는 없다. 별 볼일 없는 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여 변변치 못한 경력을 가진 나도 글을 쓸 자격은 있다. 화려한 문장이 아니어도, 어려운 단어가 아니어도, 마음으로 쓴 글은 상대에게 결국 가닿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탄탄하게 지식을 쌓아 올려 쓴 글을 위대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한 두 문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자신보다 상대가 못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비난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유롭지 못한 태도다. 이 책 저자의 말처럼 그냥 질투심일 뿐이다. 나 또한 질투심에 늘 그래 왔다. 저런 책이 출간된다고? 나도 저 정도는 쓸 수 있겠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책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한 적도 있었다. 내가 상대보다 낫다는 오만한 태도는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수는 있어도 써도 되는 사람과 쓰면 안 되는 사람, 해도 되는 사람과 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나눌 수는 없다. 나는 그런 태도를 버리기 위해 애쓴다. 나조차 계속해서 쓸 수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나를 분류해왔다. 그렇기에 그 녹슨 마음을 고쳐 먹기 위해 노력한다.


구혜선은 그 작가의 말을 듣고 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예술은 대단한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이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과정과 형식을 거쳐 작가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을 존중하는 태도가 예술을 논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머무는 시공간은 모두에게 다양 형태로 기억되고 표현된다. 그러니 같은 형태가 아니어도 용기를 내어 표현해도 된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또한 그럴 것이다.



* 참고 서적 : 책 한번 써봅시다. / 장가명 글 , 이내 그림 / 한겨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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