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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Feb 17. 2023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무엇을 좋아하는 일


무엇을 좋아할 때의 마음 상태가 좋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무엇,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무엇이 곁을 떠도는 기분. 그 무엇을 곁에 둔 채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내린다. 잘 모르는 음악을 듣는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을 읽는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내면은 깨어있다. 깨어있는 채로 깨어있음을 자각하는 신비로운 상태에 놓인다. 그 음악이 연주된 순간으로 간다. 언제나는 아니다. 가끔 갈 수 있다. 연주자는 눈을 감고 피아노 건반을 부드럽게 두드리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은 사람처럼, 그 표정은 단꿈에 빠져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와 닮았다.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며 연주자는 손가락에 강약을 준다. 섬세함이 느껴진다. 그것을 듣는 사람은 그곳 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어떤 곳으로 간다. 모두가 그곳을 원한다. 그러나 그곳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 현실이 꿈이라면, 꿈이 현실이라면.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만든 삶의 이미지는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날씨처럼. 작은 볕이 투명한 구슬이 되어 한낮 식물의 머리 위를 흐르듯 지나간다. 식물들은 머리를 하늘 위로 쭈욱 내민다. 키가 큰다. 무엇을 향해,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모르는 채로 가고 있다. 이것이 맞다, 저것이 맞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와 가짜를 말한다. 이게 진실이야, 저건 거짓이야. 편을 가르고 어느 쪽에 설 것인지 강요한다.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것으로만 세상을 본다. 세상은 그저 거기에 있다. 그러다 지쳐 집에 돌아와 소파에 기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때,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무엇을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런 순간에만 우리는 깨어난다. 현실에서 또는 단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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