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여름

by 젼정


그토록 기다렸던 여름밤이 속절없이 지나간다. 특히나 주말의 여름밤은 그냥 보내기 아쉽다. 맥주라도 한 잔, 영화라도 한 편, 책이라도 몇 페이지, 하며 아쉬워해 본다.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기쿠지로의 여름, 녹색광선, 운이 좋으면 집 근처 목욕탕 앞에서 만나는 복숭아빛 노을, 차가운 맥주, 짭짤한 먹태 소스, 요즘 읽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책 ‘걷는 듯 천천히’, 그의 영화 ‘어느 가족’에서 느껴지는 눅눅한 여름공기, 드라마 ‘노멀 피플’에서 아이스크림이 녹던 장면, 달지 않은 팥이 든 우유빙수, 받자마자 빨대로 반쯤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름이면 늘 듣는 노래, 여름이 그리울 때면 듣는 노래, 전진희의 ‘여름밤에 우리’, 헤르쯔 아날로그의 ‘여름밤’, 케니더킹의 ‘lemonade’, 더 많은 더 많은 여름. 요즘 느끼는 여름은 그렇다. 잠들기 전에는 그런 장면 들이 잠깐이나마 선명해진다. 여름밤, 그곳에 머무는 순간 떠오르는 선명한 감각은 언제나 마음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잠들면 흐릿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쓴다.


아 아쉬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