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그런 것이 영원이 될 줄은 몰랐던 거다. 어린 시절 옥상에서 보았던 구름이, 밥 짓는 냄새가 집집마다 나던 주황빛 초저녁이, 만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모래의 촉감이, 자주 가던 동네 놀이터의 풍경이, 그 놀이터 아파트의 페인트색이, 그 따뜻한 아이보리빛이, 심부름을 하고 돌아오는 길 손 안을 가득 채웠던 동전의 어정쩡한 온도가, 미애의 어린시절 다부진 얼굴이, 여름날 보았던 누군가의 뒷모습이, 어떤 이의 걸음걸이가, 다락방에서 놀던 작았던 순간의 내가, 솔직하지 못했던 어떤 말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그런 순간이, 이제와 영원이 될 줄은 몰랐던 거다. 지금에 와 책을 읽다 이 모든 것들이 기억났다고 말하게 될 줄은 몰랐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