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음 ep.0] 어떤 장면과 너무나 보통의 음악

장면과 보통의 음악

by 김찬찬

드라마나 영화는 장면처럼 주로 시각적인 요소로 이뤄지지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단순한 소리나 효과음, 배경음이 아닌 음악이 항상 함께 한다. 장면은 음악을 통해 효과적으로 부각되거나 고조되거나 의미를 부여받으며 풍성해진다. 부수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OST 사업도 분명 중요한 배경을 차지하겠지만 영상매체나 시작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분명 음악은 필수적인 재료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조금 과장을 더해 그 같은 작업 속 인물의 감정, 관계의 변화, 사건의 진행 모두 음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포스트 휴먼 시대의 음악이라는 얼토당토 한 문장을 떠올린 '음악을 즐기는 침팬지' (침팬지보다 인간이 우월하니 모두 다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같은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SNS 등에서 자신의 삶에서 겪은 인상적인 순간이나 장면에 음악을 덧붙이는 흔적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이런 노래가 생각났어요, 일주일째 칩거 중이라 우울하기만 한 마음을 이 음악이 달래주네요’ 같은 부류의 증언들이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음악을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있게 즐기는 것은 아니다. 마치 주크박스처럼 툭 누르기만 하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줄줄 읊어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다른 말로 차트 100위권에 있지 않은) 노래를 양껏 추천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음악을 매일 달고 사지도, 깊이 있게 공부하지도, 음악 듣는 귀를 끈질기게 개발해보지도 않았다. 딱 시간이 날 때 틀어두거나, 유튜브 파도를 타고 다니며 새로운 노래를 알게 되거나, 주변에서 추천하는 노래를 듣게 되는 수준이랄까.


음악을 공부하지도, 연구하지도, 깊이 있게 듣지 않아도 음악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은 보통의 음악과 보통이 아닌 음악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다. 음악적 조예가 깊거나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을 하는 이들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끔 그들과는 다른 내가 초라하고 못나 보이거나, 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될 때가 싫을 뿐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이 글을 읽게 되는 이들도 한 번씩 느꼈을 그 불편하기만 한 매캐한 감각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삶은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아니지만 삶의 어떤 장면은 그 모든 것들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하다. 그렇기에 나와, 나아가 당신의 일상에도 배경음악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상을 보내고 있을 ‘장보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에게 작은 감사를 전하며 <장보음>을 시작한다.


= 장보음은 ‘장면과 보통의 음악’의 줄임말로 필자가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과 음악을 연결시켜 무언가에 도착하려 아등바등 대는 글을 매주 한 편씩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물론 저는 음악을 전공하지도, 공부하지도, 아주 깊게 좋아해 보지도 않은, 아주 평범하고 보통의 취향(혹은 식견)을 가진 무지렁이 글쟁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