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I 벤저민 하디 『퓨처 셀프』
문유석 작가의 책과 송주환 에디터의 글에 빠져들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이들의 글은 부러움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만난 김정운 교수의 책은 역시나 솔직 담백하다. 내 빈곤한 상상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미사여구 기름기를 쫙 뺐다. 나도 저들처럼 쓰고 싶다. 내게 나만의 문체란게 있을까. 확신이 없다보니 글을 쓸때마다 늘 전전긍긍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동한 손놓고 있던 글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
늘 이맘때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벤저민 하디의 '퓨터 셀프'를 집어들었다. 이 책은 처음 읽었을땐 참 별로였다가 매번 읽을때마다 깊이가 더해진 드문 케이스다. 후반부 7단계 목표 설정 프로세스가 백미다. 프레임워크에 따라 찬찬히 생각을 정리했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의 3개월, 올 한해를 돌아보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커리어와 지난 4년간의 변혁을 훝고 있었다. 종이에 적어가며 찬찬히 회고한다. 몰랐던 흐름이 보이고 가슴이 뛰는 구간을 거쳐 그 끝에 닿은 키워드가 'Convergence Architect'. 다사다난했던 올해 경계를 넘는 개척자 모드였다면, 새해에는 여러 영역의 경험들을 연결해 경계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2025년이 위험도를 높이고 OS를 새로 업그레이드하는 재교육의 시간이다면, 2026년은 transformation의 결실을 맺는 한해가 되길 가슴으로 바라고 있었다.
한때는, 미래의 나를 구체화하는 것이 오히려 나의 가능성을 제한하는건 아닐까, 목표에 집착하면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즐거움을 놓치는게 아닐까 의심했었다. 다시 읽을때마다 그 답을 찾아 나서는 느낌이었다. 우선, 장기적인 비전을 찾는 것과, 5년 내 성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 이 두가지를 구분해서 보는게 중요할것 같다. 그리고 북극성이 뚜렷할수록 현재의 선택이 보다 명확해지기에 지금 순간을 더 활기차게 살게 하는것 같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페르소나, 즉 사회 보편적 기준에 비춰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고 성취할 대상 즉 what에 집중하면서 살았더랬다. 그러다 몇년전부터 나다움, 미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와, 내 안의 욕망을 마주하고 몸에 힘을 빼며 자기객관화의 시기을 거쳤다. 참 답답하고 혼란스런 시기였지만, 수면 아래 잠겨있는 내 모습을 꺼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연습을 하며 Why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마다 생의 사이클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를 옥죄는 지엽적인 문제보다 높은 차원 위에 서서 삶을 단순하게 내려다 보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자원과 잠재력을 살려 저마다의 삶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열쇠 아닐까.
회사에 다시 들어간 뒤로 글을 쓰는게 뜸해졌다. 에너지를 뺏길까봐 의식한 이유도 있고, 예전에 쓴 글을 재편집하는 일은 그리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 벤저민 하디가 강조한 10배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목표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글쓰기는 목록에 없다. 당분간 조용한 브런치가 되겠구나. 허전함이 올라오는 순간, 어쩌면 글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꾸불꾸불한 글씨체 마냥 매번 흔들리는 나의 문체가 생각의 수렴을 방해하고 비효율을 키우는 원흉일수 있겠단 생각이 스쳤다.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이 그 길을 만들고 나아가게끔 하듯이, 자기 중심이 분명한 문체는 흩날리는 생각의 파편을 낡아채 키보드 커서를 누르고 글을 쓰게 할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