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폭풍을 기다리다!

학교에도 폭풍이 분다.

by 이창수


작가 아킬 모저에게 있어 사막은 행복 그 자체다.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 있는 독일보다 사막이 쉼 그 자체다. 길을 잃기만 해도 사막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에서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심과 존경심을 가진다.


사하라 사막처럼 모래 바람을 일으키는 사막도 있지만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우주인들의 연습장으로 선택한 아이슬란드 오다다흐라운 사막도 있다. 몇 시간 동안 폭풍처럼 격렬한 바람이 부는 빙하 바닥에 얼음용 볼트를 고정해야 텐트를 칠 수 있다.


이처럼 사막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장소다. 폭풍이 부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살아남은 것 그 자체가 위대한 삶이다.


뜬금없이 웬 사막, 폭풍 이야기?


학교라는 곳이 고요할 듯 하나 때로는 사막 폭풍처럼 거센 바람이 부는 날도 있다. 물론 그런 날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사전 예고된 회의만 세 건이다.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회의다. 상담협의체 모임인데 해당 학생 학부모와 담임교사, 전문상담교사, 교감이 모인다. 오후 2시에 한 건, 3시에 한 건이다. 상담협의체 모임이 있다고 학부모에게 사전 예고되면 학부모의 반응이 극명히 나뉜다.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저는 바빠서 학교에 갈 수 없어요'


대부분 상담협의체 모임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린다. 자신의 자녀를 도와주기 위해 모이는 회의인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는 선입견을 가지고 냉랭하게 응대한다. 오늘 회의도 어렵게 어렵게 열리게 된다. 그만큼 오늘 회의에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내는 일이 관건이다.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미약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부모가 먼저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후 2시, 오후 3시. 각각 1시간씩 협의체 회의 전체 진행을 맡게 되었다. 첫 말 문을 잘 열어서 학부모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도한다. 이렇게 상담협의체를 마치고 나면 오후 4시부터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여름방학 돌봄 교실 운영 계획(안), 졸업앨범 제작 계획(안), 글로벌 인재 프로젝트 지원 요청(안), 학사일정 및 교육과정 편성 운영(안), 학교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 등 공개회의로 진행된다.


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건의 사항이나 요청 사항들은 바람직한 부분이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의견 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학교운영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과 질의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오늘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는 어떻게 진행될지 초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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