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상담협의체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by 이창수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상담협의체를 진행한 이야기를 정리한다. 상담협의체를 연거푸 2회 차를 가졌다. 각각 다른 학생의 보호자를 만나 현재 학생의 상황, 앞으로 후속조치, 그리고 교육이 아닌 치료의 영역에서 보호자의 협조 사항 등을 당부하는 자리였다. 어제 만난 A, B 학생의 보호자 C, D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C 학부모의 경우 작년에도 두 차례 정도 상담협의체를 통해 상담의 시간을 가졌더바라 서로가 심리적으로 편안한 가운데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두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작년에 C 학부모의 경우 부부가 함께 오셨기에 A 학생의 가정에서의 양육태도, 학교와의 긴밀한 협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고 특히 가정에서의 A학생이 가진 특수성을 감안하여 좀 더 신체적 활동 및 움직임을 아버지가 일정 부분 담당해 주셔야 한다는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한 적이 있다.


오늘 C 학부모의 주된 요청 사항도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나도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기에 C 학부모가 아쉬워하는 부분 등이 이해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와 아버지의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C 학부모에게 부담스럽지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 어머님, 제가 한 번 A 학생의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볼게요. 집에 돌아가셔서 시간을 알려 주시면 서로 조율해 보겠습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에 내가 A 학생의 아빠를 만나 보는 것이 최선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 시간가량 C 학부모님과 상담협의를 마친 뒤 곧바로 B학생의 보호자인 D 학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전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부정적인 내용, D 학부모가 상당히 깐깐하고 말이 짧다라는 내용을 들었기에 C 학부모를 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어려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제7차 상담협의체 회의를 개회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상담 내용을 녹음하고자 합니다. 동의하시죠? 그러면 참석하신 위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위원장을 맡은 교감 이창수입니다. 담임교사 E, 전문상담교사 F, B학생의 학부모 D입니다. B 학생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모임을 개최하게 되었고...(중략) 교육적 영역보다 치료적 영역에 대해 보호자의 동의를 얻고자 합니다"


긴 내용으로 회의의 시작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D 학부모가 불쾌하다는 느낌이 담긴 말로 " 뭐요? 우리 아이가 뭐가 어때서 자꾸 치료, 치료합니까? " 초장부터 상당히 세게 나왔다.


머릿속으로 잔뜩 긴장하면서 겉으로는 의연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에게 그동안 학생을 관찰한 내용과 심리 검사를 한 내용들을 보고서를 기반으로 상세히 설명하도록 부탁드렸다. 담임 선생님이 B 학생을 위해 손수 여러 군데 지원해 줄 수 있는 기관들을 알아봐 주시고 평소에 B 학생을 꼼꼼히 관찰하고 지도한 결과들을 듣는 D 학부모의 표정이 처음보다 편안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아서는 시종일관 무뚝뚝했다.


그리고 전문상담교사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심리 검사 보고서를 통해 B 학생이 치료를 받아야 하고 정밀한 진단 검사를 통해 지속적인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B 학생의 보호자 D 학부모의 반응이 어떨까? 내심 긴장했지만 다른 학부모의 반응처럼 약물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하느냐, 부작용은 없느냐 등의 일반적인 내용을 물어 오셨다. 이때 내심 '어느 정도 선생님들의 설득력 있는 설명에 마음이 움직이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진 뒤 나중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내용은 D 학부모께서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기관으로 가서 담당자를 만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전문상담교사, 담임교사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분들을 만난 것은 나에게 있어 참 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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