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은 국화목의 한해살이풀을 가리키면서도 동시에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자칫 백일홍을 배롱나무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랬다.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리는 백일홍 축제는 백일초 즉 한해살이풀을 천만 송이를 심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매년 추석 명절을 끼고 열리기 때문에 친지 가족분들과 바람 쐬러 다녀오기 참 좋은 축제 같다.
긴 추석 명절 연휴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잠깐 나들이 겸 백일홍 축제에 다녀왔다. 어머님은 손주가 운전하는 차를 타서 그런지 매우 기뻐하셨다. 아들보다 손주가 더 기특하게 보였나 보다. 아들은 어제 잠을 2시간 밖에 못 잤는데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모시고 먼 길 운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손주의 할머니 사랑이 대견하다.
천만 송이 백일홍을 누가 심었을까 궁금했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곳에서 식당 주인장님께 물어봤더니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시간을 내어 심었다고 한다. 백일홍이라는 것이 꽃잎이 지면 바로 씨앗이 달리는데 그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발아하여 이듬배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자라난다고 한다. 함께 간 어머님은 예쁜 백일홍을 보며 씨앗을 어떻게 구할 수 없냐며 아쉬워하셨다.
고속도로 톨케이트 진출입하는 곳에서 많이 정체되었다. 아무래도 진출입하는 곳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모처럼 손주들과 아들, 며느리와 함께 다녀온 것이 흐뭇하셨는지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참으시고 다녀와주신 어머님께 감사하다.
명절에 쓰시라고 며느리가 드린 용돈을 되레 손주들에게 용돈으로 돌려주고 큰 손주 좋아하는 음식을 사 주어야 한다고 직접 식당에서도 점심값을 내 주신 어머님. 손주들을 위해 돈 쓰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하신다.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님.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 더 어머님의 노고와 사랑을 알아가는 것 같다.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더 늦기 전에 어머님께 잘하라는 말은 빈말이 아님에 틀림이 없다. 불효자가 오늘 모처럼 어머님을 흐뭇하게 해 드린 것 같아 쪼금이나마 마음 한 구석이 편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