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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명절 쇠기

by 이창수

세 자녀가 모두 어렸을 때에는 추석을 맞이하여 곳곳을 여행 다녔던 기억이 난다. 긴 연휴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었다. 2017년 추석으로 기억된다.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을 다녀와서 쓴 기록이 있다.



"지난 추석 명절을 이용하여 부산 국제시장을 가족과 함께 다녀온 기억이 있어 보수동 책방 거리 사진이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 화려한 국제시장, 깡통시장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수북이 쌓여 있는 책방 골목이 나에게는 오히려 정감이 갔다"



참고로 <독서한담> 은 책은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낸 책이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보면 한문학자(부산대학교) 답게 조선부터 해방전후까지 소중한 시대상을 담고 있는 고(古) 문서를 발굴한 내용이다.



특히 이덕무의 손자 이규경이 잡다한 정보를 주제별로 분류한 <오주연문장전산고>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고문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귀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추석 명절은 자녀들도 다 크다 보니 특별히 따라다니지도 않고 물론 이것은 핑계일 뿐이지만. 피곤한 몸과 마음에 쉼을 쉬고자 멀리 갈 생각은 하지 않고 틈날 때마다 주변 곳곳을 여유 있게 다닐 예정이다.



명절 쇠기 첫 일정으로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송정 소나무 해변을 다녀왔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교회에 다녀온 뒤 아침 달리기(10km)로 운동을 하고 아내와 함께 집에서 손수 만든 치와바타 빵과 스타벅스 커피, 캠핑 의자 2개를 준비해서 바다 풍경이 바로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전 8시 전이라 사람도 드물고 바닷 빛깔도 가을스럽다. 잔잔한 파도와 백사장,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캠핑 의자만 펼쳐서 앉아 있기만 해도 쉼이 저절로 찾아온다. 이제는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이 더 낫다. 사람이 많은 곳보다 없는 곳이 편안하고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이 참 좋다.


늘 마시던 커피지만 아내와 함께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일품이다. 연휴를 맞이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강릉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른 아침 말고는 조용한 바다 풍경을 만낏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일도 아침거리 싸 들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 쇠는 방법 중에 망중한을 느끼며 보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예전보다는 서로 간에 명절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휴대폰으로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라는 덕담을 보내온다. 저 멀리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703 특공부대 동기 한 명은 보기 드문 명절 안부 문자를 보내왔다.



'친구야 꽃보다 낙엽이 아름다운 계절. 좋은 하늘, 좋은 햇살, 좋은 바람맞으며 가족과 곱게 물든 가을빛을 마음에 적시는 한가위 되길 바란다'



이 친구가 이렇게 감성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특별한 안부 문자를 보내와서 읽고 또 읽게 된다.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목사님도 추석 인사를 여름휴가철 들른 거제 근포 땅굴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마음에 담긴 글을 써서 보내오셨다. 명절이기에 저마다 특별한 안부 인사를 보내는 것 같다.



한국과 시차가 꽤 되는 중남미 과테말라에서도 안부 인사와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받았다. 가족사진으로 만든 추석 안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겹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한다.



오후에는 결혼 20주년을 맞이하여 아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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