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모두 어렸을 때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조금 편하겠다 싶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는 그럭저럭 고민이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모 말이 먹혔으니 말이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공통된 특징은 이때부터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고 부모의 생각하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며 속 썩이는 일이 한두 번 아니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진로와 진학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첫째는 지금 참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무기력 앞에 새로운 반전이 일어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막둥이의 떼쓰기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곱슬머리를 펴겠다고 하지 않나 엄마의 타협안을 거절하고 생떼를 쓴다. 그뿐인가. 철마다 옷을 사달라고 하니. 부모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다.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 사람으로 보니 아침마다 신경전이다. 힘들어하는 아내가 선택한 길은 밖을 나와 산책 좀 다녀오자고 한다. 일단 눈앞에 안 보이면 급한 불은 꺼진다.
무작정 운전대를 붙잡고 이곳저곳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숲을 찾았다. 감사하게도 집 근처에 아름다운 숲 정원이 있다. 약 한 시간가량 산책 한 뒤 지난번 가고자 했던 예쁜 수국 카페를 가자고 제안했다. 마음을 정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선택은 옳았다. 당장 해결할 일도 아니고 부모가 대신해서 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일이기에 부모인 우리가 먼저 심리적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연코 파란색 수국은 완연한 가을 날씨에 독보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잔잔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색상은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나마 잡아 놓았다. 가을 하면 국화라고 하지만 수국의 아름다움은 그 이상인 것 같다. 수북이 핀 꽃을 바라보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시 잡아 본다.
보기만 해도 선명하게 보이는 노란색과 빨간색.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색상은 깊은 산 속이라서 더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지금 당장은 꼴베기 싫은 행동을 보이는 자녀이지만 꽃을 보듯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를 키웠던 어머님도 한 때 속상함으로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는 어렸을 때나 컸을 때나 신경 쓰이기는 매 한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