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의 스승이 바로 김교신 선생이었다. 양정보통학교의 은사이며 마라톤 코치도 함께 하셨다고 한다. 그의 일기에 적힌 제자 손기정의 금메달 소식이다.
1936년 8월 9일(일) 흐림
오전은 일요학교, 잠언 31장 10절 이하로 동양 고유의 모범 여성을 배우다. 오늘밤 11시부터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뛸 양정고보 제5학년 학생 손기정을 위해 기도하면서 잠자리에 들다.
1936년 8월 10일(월) 천둥 번개
오전 6시 반부터 베를린에서 오는 전파를 듣다. 올림픽 마라톤 실황을 듣는 동안 주먹에 땀을 쥔다. 손기정 1위, 남승룡 3위의 보도에 기쁘지 않을 수 없으나 또한 눈물이 복받치지 않을 수 없다.
1936년 8월 12일(수)
함형(함석헌)의 편지는 아래와 같다. "주 안에 건재를 빕니다. 오늘 아침 손기정 군의 마라톤 1등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나약한 조선을 위해 만장의 기염을 토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양정의 그 집과 그 운동장이 세계 1등의 마라톤 선수를 내었다면 우리 조선이 영원의 경주장에서 용사의 관을 쓰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두터워 갑니다."
지난달부터 마라톤 대회 출격을 위해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대회는 10월 14일 토요일이다. 강릉 경포마라톤대회다. 하프 코스를 겁 없이 신청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연습 중에 가장 많이 뛴 날이다. 400미터 트랙 바깥쪽을 무려 40바퀴를 뛰었다. 최소 16km 최대 20km를 뛴 셈이다. 스스로 감격했다. 그동안 더 뛰고 싶어도 무릎 통증, 어깨 통증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동안 연습한 기록을 톺아 보면 다음과 같다. (400m 트랙 기준)
2023. 9. 7(목) 8바퀴
2023. 9. 8(금) 10바퀴
2023. 9. 9(토) 24바퀴
2023. 9. 16(토) 18바퀴
2023. 9. 18(월) 20바퀴
2023. 9. 24(일) 17바퀴
2023. 9. 28(목) 22바퀴
2023. 9. 29(금) 13바퀴
2023. 10. 1(일) 25바퀴
2023. 10. 2(월) 25바퀴
2023. 10. 3(화) 40바퀴
이제 열흘 남았다. 꾸준함이 최선이다. 무릎 통증만 나타나지 않으면 완주가 가능할 것 같다. 함께 뛰는 페이스 메이커 자원봉사자가 있으니 그가 졸졸 따라 뛰면 될 것 같다. 나이 50에 하프에 도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프에 도전한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다. 힘들면 안 뛰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니 한 번이라도 더 뛰게 되고 건강도 덤으로 챙길 수 있는 것 같다.
추석 연휴 동안 400m 트랙 기준으로 125바퀴를 뛴 셈이다. 거리로 환산하면 50,000m 즉 50킬로미터를 뛰었다. 게으름과의 싸움이었고 체력 싸움이었다. 무릎 통증, 어깨 통증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통증은 아마도 근육으로 단련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도 더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