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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투잡

by 이창수

나는 투잡을 한다.


주말에는 교회에서 남들이 가장 꺼려하는 일을 한다. 아주 오래되었다.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도 아마 10년은 된 것 같다.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에도 시골 교회에서도 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하지 않게 되면 금방 티가 난다.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건대 몇 번 큰일 날 뻔한 적이 있다. 하마터면 생명까지 잃을 뻔했다.

규칙적이어야 한다. 들쑥날쑥하면 안 된다. 친절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교회를 드러내는 얼굴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기도 하지만 아파도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대신 부탁드리기가 부담스럽다. 가장 일찍 교회에 나온다. 그리고 가장 늦게 교회에서 나온다.


내가 교회에서 주로 하는 일은 바로... 차량 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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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승 스타렉스 승합차량 운전이다. 지금 같은 날씨면 괜찮다. 겨울철이 가장 힘들다. 아침 일찍 차량 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유리창 성에부터 없애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기에 히터로 녹일 여유가 없다. 성에를 긁어내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순수하게 차량 봉사다. 수고료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말 그대로 자발적인 봉사다.


나이가 들수록, 연장자일수록 더 많이 나눔과 봉사와 기부와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서 똑같은 현실도 달리 보이는 것처럼 높은 자리(?)에 있으면 낮은 곳을 볼 수가 없다. 다른 분들이 꺼려하는 차량 봉사는 봉사 중의 꽃이다.


오늘 새벽만 하더라도 그렇다. 동인병원장례식장으로 운행을 다녀왔다. 교인 중에 모친이 소천하셔서 발인예배를 드려야 했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집에 오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그리고 오전 9시, 오전 10시에 각각 운행했다. 오후 2시에 청년들을 선교장에 태워주었다. 교회에 차량을 주차한 뒤 나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주말 투잡을 마무리하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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