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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Oct 23. 2023

교감의 메모

아마존의 CEO 베조스 리더십의 원칙은 '발명'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대신 여섯 쪽짜리 친필 메모를 고집한다. 그 이유는  '발명'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현란한 화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끄적거리는 메모에서 구현된다는 착상을 통해 아마존의 리더들은 새로운 발명을 위해 지금도 최고 회의에서는 메모지를 들고 발표를 한다고 한다.



내 책상에도 몇 가지 메모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발명을 위한 메모라기보다는 하루의 일정, 주 단위 계획, 연간 계획 등을 잊어 먹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메모는 탁상 달력에 직접 한다. 탁상 달력에 메모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메모하기에 부담이 없다. 



내 책상에 놓인 탁상 달력의 크기는 가로 30센티미터, 세로 20미터다. 

책상 귀퉁이 놓기에 크기에 아주 적당하다. 강원도교육청에서 배부해 준 것이다.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정사각형 형태로 35칸이 그어져 있다. 요일이 인쇄된 것 외에는 전부 메모할 공간이다. 메모 공간이 결코 좁지 않다. 크기에 맞게 글씨를 작게 쓰면 된다. 탁상 달력 외에 포스트잇, 작은 수첩, 공책, 이면지도 있다. 


 <메모: 2023년 교감 탁상 달력>


둘째, 사용하기가 편하다. 



출장, 현장체험학습, 특이 민원, 학부모 상담, 교육지원청 사업 등 꼭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들을 바로 적을 수 있다. 물론 작은 글씨로 적어 놓는다. 글씨체도 편하게 적는다. 나만 알아보면 되니까. 간혹 사생활도 적어 놓기도 한다. 약속이나 자동차 리콜 검사 날짜도 메모해 둔다. 출근해서 바로 하는 일이 컴퓨터 전원을 켜는 일과 함께 오늘 내가 알지 못하는 학교 행사가 있는지 탁상 달력을 살펴보는 일이다. 곁에 늘 놓여 있다. 시야의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메모하고 일게 된다. 



 <메모: 2021년 교감 탁상 달력>


셋째, 또 하나의 개인 기록물이 된다. 



매월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기록하다 보니 한 해를 마무리할 쯤에는 빈 공간 없이 빼곡하게 기록된 것을 볼 수 있다. 한 해 어떻게 근무했으며 무슨 일을 했는지 대략 살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폐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나도 모르게 개인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쇄기에 넣기에도 어렵다. 한 장 한 장 뜯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철 지난 탁상 달력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다. 교감 업무를 하면서 2021년부터 차곡차곡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업무의 연속성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메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개 선생님이 언제 군입대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지난해 탁상달력 몇 장만 들춰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 있는 부분들을 뜯어서 한 장 한 장 모아 제본하면 하나의 역사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기장은 줄글로 써져 있기에 사실 한눈에 살펴보기가 어렵다. 탁상 달력에 짤막하게 메모해 둔 것은 비교적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훗날 퇴직 하고 나서 심심할 때마다 가끔씩 살펴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메모 : 2022년 교감 탁상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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