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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Nov 02. 2023

교감, 늦게 퇴근합니다!

말 잘하기보다 듣기가 먼저다!


출장이었다. 교무부장님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3통 찍혀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연이어 통화를 연결해 보았지만 통화음만 가고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한 참 시간이 지난 후에 교무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얘기하겠다고 한다. 교사와 학부모 관련 내용이었다. 


출장을 마치고 학교로 가는 길이 참 무거웠다. 무슨 내용인지 들어봐야겠지만 학부모가 격앙되었다고 하니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원과 상담의 경계가 어디일까?


한쪽은 민원으로 받아들이고 한쪽은 상담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사람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 학부모와 한 시간가량 통화를 했다. 학부모의 얘기를 주로 들었다. 부모를 키우는 심정으로, 학교를 관리하는 교감의 심정으로 학부모의 불만이 무엇인지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대화의 내용에서 찾기 위해 귀를 쫑긋했다. 


잘잘못을 가릴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주로 내가 말하기보다 학부모의 얘기를 듣는 쪽으로 통화를 했다. 감정이 높낮음이 있었으나 통화 말미에는 교감에게 맡기겠다는 의견을 듣고 끝냈다. 


곧바로 해당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마찬가지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속상한 점, 힘든 점 등등 이야기를 듣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렸다.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학부모보다는 학생을 먼저 생각하자는 짤막한 부탁을 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시간여 동안 학부모와 선생님 통화를 마치고 나니 집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터벅터벅 아파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서로 간의 오해가 잘 풀리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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