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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09. 2023

안녕하십니까? 심사번호 0-0입니다!

"심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단단히 주의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학교 이름도 말해서도 안 됩니다. 이름도 말해서도 안 되고 학교가 위치한 지역도 언급해서도 안 됩니다. 심사 번호만 말하고 지정된 의자에 앉으셔야 합니다. 만약 위 사항을 어겼을 경우에는 바로 심사에서 제외됩니다.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휴대폰도 이 시간 이후로 반납해 주세요. 면접 다 끝나고 나가실 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휴대폰까지...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조치 사항임을 알면서도 이게 면접이구나라는 생각이 확 밀려들어왔다. 


담당 연구사님이 말씀해 주신 주의 사항은 컴퓨터로 정면에 띄워주셨다. 가뜩이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멀게만 느껴졌다. 자칫 실수로 나도 모르게 말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심사도 받기 전에 제외되면 안 되기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에 등록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구학교 계획서에 응모하고 1차를 합격한 학교 업무 담당자들이 서명을 하고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등록부를 살펴보았다. 나 빼고 모두 교사였다. 이번 대면 심사에 교감으로 온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나 혼자라고 생각하니 머쓱했다. 물론 면접실에 들어가면 면접관들이 내가 교감인지 아닌지 모를 테지만. 


면접 시간은 딱 10분이었다. 10분 안에 주어진 질문지를 읽고 명확하게 분명하게 조리 있게 면접관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타이머는 돌아가고 면접관들은 매와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계획서를 넘겼다. 내 얘기가 맞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었다. 


이번 면접에 임하면서 나의 각오는 이랬다. 면접관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자신감 있게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일반화 계획, 각오 등을 거침없이 이야기해야겠다고. 


연구계획서를 쓰고 감사하게도 1차에 합격되어 2차 대면 심사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교감으로써 이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각 학교 연구부장 또는 교무부장들이 심사에 왔다. 단위 학교 교감으로 압박 면접의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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