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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13. 2023

피보다 진하게

일전에 상당히 두께가 있는 책을 오디오 북으로 운전하면서 들은 적이 있다. 분량이 많은 책이라 오랜 기간 동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필명이 세이노였던 저자는 소위 말해서 맨 땅에 헤딩하듯이 자수성가한 이라는 점이다. 흙수저가 아니라 아예 수저가 없이 불굴의 의지로 삶을 살아온 이다. 그가 살아온 삶을 젊은이들에게 모질지만 따끔 한 충고를 곁들여 '가르침'이라는 제목으로 꼭 나처럼 살아보고 난 뒤에 불평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 내 주변에 환경이 좋지 않다고, 내가 가진 조건들이 불리하다고 툴툴거리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이들이 많다. 손 끝에 물 한 번 묻어보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며 고생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비에 젖은 빵을 먹어 본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비록 간장을 반찬삼아 밥을 먹을 환경이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앞으로 이런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 사람은 살아가는 삶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고등학생 딸내미를 깨우러 방에 들어간다. 요즘 학생들이 대부분 밤늦게 잠을 자고 아침잠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하기에 억지로라도 깨운다. 딸내미의 성향을 알기에 깨우는 일이 참 어렵다. 잠을 깨우는 데에도 30분 이상 걸린다. 예전에는 화도 내 보고 억지로 힘을 써서 깨워보기도 했지만 부질없는 임을 알고 최근부터는 두피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어깨를 주무르며 깨우는 방법을 사용한다. 


아참, 딸내미를 어떻게 깨우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깨우러 들어갔다가 딸내미의 책상 위에 '세이노의 가르침' 책이 놓여 있었다. 한 번쯤 정독해서 읽으면 맨날 아빠가 잔소리하듯이 하는 수많은 말보다 이 책 한 권의 메시지가 울림이 크리라 생각해 본다. 


책 곁표지가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 실물로 처음 본다. 가격은 7천 원대. 정말 저렴하다. 나중에 슬쩍 빌려 읽어보아야겠다. 듣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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