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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21. 2023

진심보다 더 감동적인 것

형식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내용이 없으면 형식은 공허해진다. 

형식은 반복되고 유지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내용은 매번 새롭게 해석되고 변화할 때 의미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_292쪽


"교감 선생님, 건의가 있습니다. 교직원들은 급식 자율 배식을 원합니다. 먹는 만큼 덜어서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잔반을 남기지 말라고 하는데 선생님이 본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직원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일단은 접수한다. 그리고 교직원 전체에게 메시지를 띄운다. 이런 건의가 들어왔는데 논의가 필요하다, 내년 급식 배식뿐만 아니라 신축 식생활관이 오픈되면서 급식 운영 방법도 변경해야 하니 다음번 회의 때 함께 논의하자는 식으로 공지한다. 


"교감 선생님, 교직원 자율 배식을 할 경우 반찬의 양을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밥과 국은 자율 배식이 가능하나 반찬은 기호가 모두 다른데 잘못하면 전체적인 배식에서 부족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이쪽저쪽 의견을 들어보았으니 조율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할 일만 남았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이렇게 공론화하고 의견 수렴을 위한 단계를 밟는 게 탈이 없다. 

의전과 의식, 행사의 간소화를 하자고 모두들 이야기하지만 막상 행사에 임박해서는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학교 행사지만 규모에 따라 지자체, 의회 등의 관계자들을 초청해야 되고 심지어 지역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각종 사회단체장들도 초대해야 한다. 결국 불가피하게 의전이 뒤따르게 된다. 누구를 메인 자리에 앉혀야 하는지, 그다음 순서는 어떤 기준으로 배치해야 하는지 자칫 잘못했다간 서운함을 넘어 불쾌감을 줄 수 있기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외부 행사 때 자리 배치, 축사 순서와 같은 민감한 사항은 반드시 교감 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실 누가 직급이 높은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행사 성격에 따라 통념상 직급은 낮아 보일지 몰라도 우선적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교감의 판단이 무척 중요하다. 


외부 손님을 모시고 학교 행사를 할 경우 가장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보이는 무대 공연이다. 특기와 장기를 발표하는 공연도 좋지만 전체 학생들이 함께 음악에 맞춰 뭔가를 보이는 것이 감동이 더 크다. 플래시몹과 같은 것은 청중들을 사로잡는데 큰 몫을 한다. 


행사를 마친 뒤 뒷정리도 교감 선에서 마무리 져야 하는 부분이다. 사용했던 물건들이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은 나중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챙기느라 바쁘다. 기타 교직원들이 행사장을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그 자리에 함께 교감도 함께 참여하며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한다. 


교직원 모두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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