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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Dec 24. 2023

교감, 300일의 기록

그다지 특별하지도 하지만 매일의 삶이 긴장의 연속이었던 초등학교 교감의 평범한 하루하루의 직장의 일상을 기록한 지가 벌써 300일째다.


교감, 300일의 기록!


매일의 기록은 나의 기록을 넘어 누군가 이 길을 걸아갈 선생님들에게 약간의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인 손석희는 일기를 가리켜 '저널'이라고 표현했다.


"저널리즘이 무엇인가. 오늘의 일들을 기록해 내고, 그것을 각자의 관점으로 담아낸 다음 공감을 얻어내는 것. 노래든 영화든 그림이든 '문화' 현상을 담아내는 것도 명백한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344쪽)


각자 살아온 하루하루의 삶을 종이에 써 내려가는 일기가 곧 저널이다. 그 일기는 작성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기록된 것이니 그 기록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낸다면 그것이 곧 여론이 될 수 있다.


교감은 어떤 존재일까?


학교 외부에서 교감을 바라보는 시선과 학교 내부에서 생각하는 교감은 분명 다르다. 교감의 일상을 기록에 담아내는 이유는 어쩌면 학교 외부인들에게 교감의 일상을 알리기 위함도 있다. 학교 내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교감이라는 사람이 고민하는 부분이 어디이며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조금이나마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니 이해받기 위함이다. 말보다는 글이 더 논리적이며 이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도구다.


소박하게 써 내려가는 기록들을 시간이 지나서 훑어보면 당시 분위기를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기록은 곧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고 더 나아가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꾸역꾸역 키보드로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기록의 나날이 300일이 되었다.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에 어떻게든 하루의 분량을 달성하기 위해 글을 쓰다 보면 아내에게 핀잔을 받곤 한다.


나는 직진형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고야 만다. 결코 편해서 여유 있어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기록 하나하나가 시간과의 싸움의 결과였다. 술술 기록들이 잘 써질 때도 있었지만 머리를 쥐어짜도 뭘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두뇌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의 기록은 변질되지 않기 위함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며 후회를 거듭하지 않기 위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교감 생활 길어질수록 말랑말랑한 사고가 점점 굳어간다. 굳어감을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극약처방이 매일의 기록이다. 반복된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 중에 매일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기록은 평범한 장면에서 새로움을 찾게 해 준다. 기록은 반복되는 패턴, 똑같은 장소, 인간관계에서 감사의 조건을 발견하게 해 준다. 기록하는 사람만 안다.


이제 또다시 목표를 세워야겠다!

300일을 썼으니 365일을 채워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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