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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an 16. 2024

벽돌 책과 한판 승부

방학 기간은 대체로 여유롭다. 출근은 하더라도 한산한 학교 분위기 때문인지 마음이 여유롭다. 학생이 없고 학부모 민원이 없으니 그야말로 1~2월은 교감에게는 천국이다. 심적 여유는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도전을 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벽돌 책 공략.



작년 11월 한 연수에서 책 선물로 '넛지 파이널 에디션'을 받았다. 500쪽 가까운 책이다. 일명 벽돌 책. 베고 잠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담스럽게 보이지만 왠지 두꺼운 부피만큼 공략해야 할 지식의 깊이가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보통 새 책을 읽고 집에 보관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다시 준다. 읽은 흔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본다. 기억해 두고 싶거나 메모할 문장이 생기면 따로 수첩에 적어 두는 한이 있더라도 웬만해서는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책도 읽고 읽은 책은 선물해 주고. 일석이조다.



이번 넛지 파이널 에디션은 한 번만 읽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촌 세계라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서와는 약간 동떨어진 외국 사람들의 심리와 생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는 속도가 약간 처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생소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무척 신경을 쓰지만 어느 정도 읽어나가게 되면 책 읽는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이 책도 절반 정도까지는 무척 천천히 읽어갔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의 내용이 익숙해진 지점에서는 재미까지 붙어나갔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 사람들의 왜곡된 심리와 편향들을 내가 있는 직장에서도 발견된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어떻게 부드럽게 개입하여 이끌어갈지 흥미 있게 머릿속에 그리며 읽어 내려갔다. 반대로 자발적으로 쉽게 포기해 버리게 할 수 있는 슬러지 기법은 치사하지만 조직의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내기 위한 또 다른 심리적 전술임을 눈을 크게 뜨고 읽을 수 있었다.



방학 기간에 벽돌 책을 공략하면서 다른 책에서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생각과 지혜들을 얻게 된다.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고 읽지 않았던 두꺼운 책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어 읽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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