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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07.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무두절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참 추상적인 말이긴 해도 나의 직업적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 가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묻곤 한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교육 현장에서 사제동행, 교학상장 같은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사제동행이라는 말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뜻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과 관련지어 학생들이 있는 곳에 반드시 선생님이 계셔야 한다는 뜻으로 자주 언급된다. 학교 특색사업으로 사제동행 프로그램, 사제 간의 정을 돈독히 한다는 의미에서 등반 행사의 이름을 사제동행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교학상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뜻에서 글귀를 기념비에 많이 새겨 놓기도 한다. 멋진 이 두 글귀를 교감의 생활에 적용해 보면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제동행을 교사와 교감이 함께 길을 걸어간다, 교사와 교감이 한마음으로 연구하여 나아간다는 뜻으로. 교학상장을 교사와 교감은 함께 성장해 가는 동반자라는 식으로.


 

“함께 하면 어깨의 짐도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마음의 짐도 가벼워진다.”


 

성공회대 고병헌 교수는 『존재가 존재에 이르는 길: 교육』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교사는 가르친 대로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실천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의 말과 행동이 삶 속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끼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양한 직업 속에서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른 이유가 사제동행에 있지 않을까.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더라도 교사만큼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 달라는 국민적 눈높이, 기대이기도 하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지식 자랑만 늘어놓은 교사는 사제동행에서 말하는 교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천이 없고, 행함이 없을진대 누가 보고 배우려고 할까? 판사, 검사의 ‘사’에는 ‘일 사 事’를 쓰고, 박사에는 ‘선비 사 士’를 쓰는 것과 달리 교사는 ‘스승 사 師’를 쓴다. 스승 사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모범을 보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서로 모범을 보일 때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하물며 교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선생님들 눈 속에 티끌만 잡아내려는 심사를 가지고 있으면 누가 동행하려고 할까. 교감이 먼저 열심을 내고 솔선수범하되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교감이 먼저 교육과정 연구를 위해 노력하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복무에 대해서도 성실한 자세로 살되 관용의 정신으로 선생님들을 대해야 한다. 내가 열심히 하니 당신들도 열심히 하라는 식의 태도는 금물이다.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우스갯소리로 교육 현장에서 통용되는 말이 있다. 바로 무두절. 학교에 교감이나 교장이 없는 날을 무두절이라 부른다. 교감, 교장 둘 다 없는 날은 경축일로 칭하기도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무두절’이라고 검색해 봤더니 오픈 사전에 놀랍게도 무두절의 정의가 나와 있다. 회사에서 직장 상사(頭)가 없는 날. 직장 임원과 팀장들이 휴가나 출장 갔을 때, 부하직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는 날을 말하며, 부하직원들의 어린이날이라 불리고 있다.


교감이 출장 가고 없는 날, 휴가 내고 없는 날을 선생님들이 반긴다면 한 번쯤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내가 없는 날 교무실은 하루 종일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자주 출장 가라고 종용한다. 교무실 교직원들의 행복한 하루를 위해 자주 자리를 비워야 하나? 나도 교사 때 교감, 교장님 모두 안 계시는 날 기분 좋게 출근했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201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① 담임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② 학부모 앞에서 강연할 때

③ 교감도 방학이 좋다.

④ 내가 그토록 꿈꾸던 것을

⑤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것

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⑦ 사람을 구할 때

⑧ 하루만 비워도 불안하지만

⑨ 무두절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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