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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06.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하루만 비워도 불안하지만

교감에게는 특이한 직업병이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는 학교에 꼭 붙어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일종의 불안심리가 있다. 며칠 전 출장 중에 교감 선생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학교를 잠시 비울 수가 없어요. 하루만 비워도 불안합니다”


 

아마도 쏟아지는 공문과 혹시 있을 줄 모르는 민원, 학교폭력, 학생 사안 때문이라는 것을 주위에 있던 교감들은 말 안 해도 다들 공감하는 내용이다. 출장이 있으면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게 하나 있다. 노트북이다. 노트북으로 언제 어디에서든지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출장 중에 그럴 필요까지가 있나 싶지만 학교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감이 결재를 빠르게 해 드려야 한다. 업무 처리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틈이 있을 때마다 원격 시스템에 접속해서 결재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대결 지정을 해도 좋지만 결국 출장에서 돌아와서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출장 중에 공문을 확인하고 처리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교감 직업병 중에 하나다.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해 다시 노트북을 열기도 한다. 혹시 결재 안 한 것이 없나 살펴봐야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병 중 두 번째는 교직원들과 부딪치지 말아야겠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늘 잘해드려야겠다, 문제점이 있다면 곧장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가도 교직원에게 전화가 오면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을 잡고 인간 대 인간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으로써 어떤 사건을 금방 처리해 줘야 하는 해결자의 입장으로 전화를 받는다. 완전 직업병이다.


교감이 없어도 학교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데, 교감이 덜 착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나는 아직도 완전무결한 교감이 되기 위해 늘 긴장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고칠 수 없는 직업병인가?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201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① 담임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② 학부모 앞에서 강연할 때

③ 교감도 방학이 좋다.

④ 내가 그토록 꿈꾸던 것을

⑤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것

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⑦ 사람을 구할 때

⑧ 하루만 비워도 불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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