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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15.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바쁘지만 한 아이를 놓칠 수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주가 지나가기 전에 선생님 한 분이 교감을 찾아왔다. 한 아이로 인해 고민을 풀어내셨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교감 선생님이 미리 알아두라는 염려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그 선생님이 나를 찾아와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방법들을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뾰족한 해결책이 나지 않았다. 


"선생님,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보내주세요. 제가 그 아이랑 이야기해 볼게요" 


담임 선생님이 일주일 관찰 한 내용을 듣고 쉬는 시간 나를 찾아온 그 아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잔뜩 긴장한 채로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야단을 치기보다 앞으로 자주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부드럽게 첫 만남을 가졌다. 


"교감 선생님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3교시 끝나고 매일 교감 선생님 얼굴 보자" 


다행히도 그 아이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교무실로 찾아왔다.

마침 딸기가 있는 날이면 딸기부터 먹어보라고 권하고 최대한 내포를 형성하기 위해 주변부의 이야기부터 나눴다. 그러던 중 하루는 깜짝 놀랄 일을 듣게 되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참 염려되는 일이기에 앞으로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된다. 


집에서 꾸준하게 보호해 줄 어른이 없다는 점이 그 아이의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였고 그러다 보니 아침은 물론이거니와 저녁에도 식사를 제때 챙겨 먹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시켜서 먹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보호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밤중에도 중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는 경우가 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곧바로 상담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학교는 3월 한 달을 참 바쁘게 보내게 된다. 학교 구성원 모두 마찬가지다. 교감도 당연히 쉴 틈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바쁘다고 해서 학생 상담을 건너뛸 수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수 있다. 최대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짬을 내어 학생을 만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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