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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16.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감사

학교마다 다 마찬가지겠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고 3월 한 달이 모두에게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쁜 시기다. 감기 몸살에 퇴근 뒤 앓아눕는 선생님도 있고 나처럼 입가 주위에 피곤한 흔적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된 2주간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교감의 입장에서는 평온한 일상이 최고의 감사 조건이다. 교육 활동 중에 학생이 다치는 경우도 큰 신경 거리다. 행정적으로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치료비를 걱정을 덜 수 있으나 다친 것은 둘째치고 학교가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인 부분은 다친 학생의 학부모와 정서적 교감이다. 일차적으로 선생님이 다친 경위와 학생의 상태를 이야기하지만 사고의 경중을 살펴보아 교감이 학부모와 직접적으로 통화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감사하게도 큰 사고가 없으매 참 감사하다. 


교직원 중에 아프거나 결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교감은 그때부터 바빠지기 시작된다. 대체 강사를 구해하거나 기간제 교원을 구해야 하는데 말처럼 그렇게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사람을 구하더라도 그다음에 행정적인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임시로 계약되어 들어오신 분에게 구구절절 학교 상황과 학급 상태, 아이들의 형편을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데 결국은 그것조차도 교감의 몫이다.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사람을 구한 것만 해도 두 건이 된다. 


평범한 일상이 교감에게는 최고의 감사 거리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 동문회, 지역 주민과의 관계에서 교감은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에 걸려오는 전화도 좋은 일 때문에 통화하는 경우는 일도 없다. 교직원들과 회의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서로 다양하기에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되고 불편한 상황을 감내해야 되는데 선뜩 마음을 열어주는 경우가 드물다. 회의가 구성원들 간의 회의를 만들어낸다. 가급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회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회의라는 과정적 절차를 밟지 않으면 그것대로 불만의 요소가 되기에 이러나저러나 교감은 늘 줄타기하는 심정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토요일은 쉼의 날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학교 관련 일이 없을 때야 가능하다. 교직원들에게 걸려 오는 전화 또는 메시지는 100% 교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연락들이다. 긴급한 상황이고 결국은 다음 날 월요일에 출근해서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 남게 된다. 머리 한가운데 해결해야 할 일을 저장시키고 주말을 보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교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감사한 소식이다. 올 한 해 평범한 일상을 많이 누리고 싶은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늘 해결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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