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Mar 14.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바꾸어 말하기

“교감 선생님 여쭤볼게 또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혹시 ◯◯◯◯◯등록도 담임선생님 재량이신가요? 

그리고 다른 지역들은 교실 직통 연결되는 번호를 쓰는 곳도 있던데 

저희 학교는 교무실로 연결을 계속할 계획이신지도 궁금해서 연락드립니다.

올해 갑자기 바뀐 게 많다 보니 교감 선생님께 여쭤보는 게 제일 정확할 거 같아서요”


학기 초 자녀를 학교를 보내고 노심초사 염려하시는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와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 실내화 놓고 온 일, 준비물 챙겨 주는 일, 자녀 신변 상의 여러 가지 문제 등을 직접 통화하면서 해결하고 싶어 하신다. 세 자녀를 키워본 부모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러 문의를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예전과 달리 자녀를 학교로 보내도 안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누구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교감의 입장에서는 학교로 전화 걸어오는 학부모와 통화하면서 학부모가 염려하는 부분을 잘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성가시다고 성의 없이 통화할 수 없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보면 여유 있게 통화할 마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이 쫓기다 보니 학부모의 요구 사항을 놓치게 된다. 통화도 사무적으로 퉁명스럽게 하게 된다. 경청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말을 되물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되묻는 과정에서 학부모는 자신의 말을 반추하게 되고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바꾸어 되물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말이다.


◯◯◯◯◯등록도 담임선생님 재량이신가요? 

→ 담임 선생님과 직접 소통을 원하시군요. 

다른 지역들은 교실 직통 연결되는 번호를 쓰는 곳도 있던데

→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많이 걱정되시죠. 

저희 학교는 교무실로 연결을 계속할 계획이신지?

→ 즉각적으로 소통을 원하시는데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으셔서 그러시군요. 


학부모의 느낌과 요구를 반영하여 되묻는 질문을 던지면 안도의 마음과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고집스레 주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기는 수용과 긍정, 공감과 객관화, 여기에 여유까지 얻을 수 있는 화법이다. 


사람이 여유로울 때는 넓은 시야를 가진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동료를 챙길 수 있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감정까지 받아줄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는 스트레스와 상처로 얼룩진다. 


비폭력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갈등 중재자인 마셜 로젠버그는 우리 마음의 본성인 연민으로 서로 연결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폭력 대화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이루어진다. 비폭력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마음속 평화를 찾아가야 한다. 내 존재가 평화로우면 전쟁 한가운데 있어도 평화를 잃지 않는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감으로 산다는 것, 원고 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