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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18.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삶의 끝에서

뇌종양 교모세포종 암 말기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교단에 서서 가르칠 힘은 없지만 각자 진로를 찾아 삶의 구석구석에서 살아가고 있을 제자들을 만나는 다비드 메나셰 교사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교사로서 남다른 사명감이 필요한 이유를 삶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청천벽력과 같이 내려진 암 말기 진단 가운데에서도 힘이 닿는 한끝까지 교실을 지키고 학생들을 평소와 같이 가르쳤던 다비드 메나셰 교사의 모습은 나를 비롯한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도전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시력을 잃어가고 몸 한쪽이 마비가 되어가고 있지만  지팡이에 의지해서 길을 나선다. 무모한 도전이고 의학적으로 보면 죽음을 재촉하는 방법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마지막 삶의 여정을 공개하자 제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선생님의 힘겹지만 당찬 모습을 보고자 몰려들기 시작한다. 


다비드 메나셰 교사의 간절한 소망은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불가능한 소원임을 알기에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길에서 제자들을 만나는 쪽을 선택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어리석은 모습이고 바보 같은 선택임에 틀림이 없지만 한 번 사는 인생 교사로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는 각오는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교실을 아이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교사로서 성공의 판단 지표를 연봉을 얼마나 많이 받는가에 기준을 두지 않고 오직 아이들에게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원했던 교사가 바로 다비드 메나셰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공기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여겼고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에 대해 배우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들이 하려는 말에 귀 기울이면서 새로운 교육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한 선생님이었다.


암 말기 상태에서 그를 하루하루 버티게 해 주는 것은 아이들과의 만남이었고 그만의 암 치료법은 기운차게 지내는 것, 행복해지는 것, 목적의식을 갖고 사는 것이었다. 그의 마지막 여행의 사명은 뇌종양으로 잃어버린 제자들과의 기억 되찾기였고 제자들의 인생에 변화가 일어났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닐 힘이 있고 기억할 수 있는 건강한 뇌가 있다면 다비드 메나셰 교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한 주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무거운 날이지만 언젠가 나에게 찾아오는 '삶의 끝'을 생각하며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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