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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pr 20. 2024

거절하기 않기를 잘했다.

이번 주에 뜻하지 않게 오래전 사람들을 만났다. 한 분은 25년 전 초임 교사 시절 벽지 산촌에서 함께 근무했던 분이다. 나는 분교에 근무하고 그분은 본교에 근무하셨다. 자주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정도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어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기억의 궤를 맞춰갔다. 몇 마디 나누지 않고 금세 25년 전 일을 회상할 수 있었다. 참 반가운 만남이었다. 나는 교감이 되었고 그분은 원감이 되었으니 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 


사실 이 만남은 결코 우연히 일어난 일은 아니다. 재작년에 얼굴도 모르는 한 선생님께서 메시지로 교육 관련 자료를 요청해 오셨다. 잠깐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좋은 일에 쓰이는 일이라 만들어 놓은 자료를 전송해 드린 적이 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고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화로 다시 기억이 소환되고 다시 만남의 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만약 그때 자료를 요청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했다면 원감님과의 만남도 성사될 수 없었을 터였다. 거절하지 않기 참 잘했다. 


또 한 분의 귀인을 줌(ZOOM)으로 만났다. 이 분도 얼추 20년 만의 만남이다. 교사를 의원면직하고 학문 탐구에 힘쓴 결과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20년이라는 세월 속에 놀라운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화면상으로 보이는 얼굴 모습과 이름을 보았을 때 직감적으로 혹시 그분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역시나 먼저 채팅창으로 아는 체를 해 주셨고 회의를 마친 뒤에는 전화까지 해 주셨다. 그 분과는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같은 지역에서 오고 가며 얼굴을 본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앞으로 일들에 좋은 파트너가 되자고 격려해 주셨다. 거절하지 않았다.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


https://blog.naver.com/bookwoods/22341502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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