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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Apr 29. 2024

교감이 없어도

고요함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고요함이 필요한 때다. 쏟아지는 카톡도 공해가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상당히 많은 공문들이 접수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각종 규정과 규제, 규칙과 보고 등이 공문으로 전달된다. 악순환이다. 관계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이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다.



월요일 아침 일찍 동네를 산책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산책로 풍경이다. 흐린 날씨라 그런지 사진이 그럴싸하다. 고요함이 잘 담긴 것 같다. 화려함보다는 고요함이 좋다.  오전부터 출장이다. 출장지가 감사하게도 집 근처다. 평소 같으면 운전하고 있을 시간인데 오늘은 느긋하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최근에 교감을 대상으로 한 연수가 몇 차례 있었다. 행정적인 지침을 전달하는 연수도 있지만 오늘은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아마도 학교 안에서 여러모로 수고하는 교감들 쉼을 가지시라고 열어주시는 연수인 듯싶다.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교감이면 학교 안에서 고위직 아니냐고 반문하신다. 직위상으로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하는 일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이다. 교감은 관리자이기도 하지만 실무자이기도 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교감은 학교 안에 크고 작은 일들을 직접 챙기며 신경을 써야 하는 역할임에 분명하다. 지금의 학교 조직 문화가 그렇다.


학교라는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교감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교만해서도 독단적이어서도 안 된다. 내 일만 잘해서도 안 된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꾸며낼 수 없다. 평소의 말과 행동과 눈빛, 표정을 통해 전달된다. 늘 한결같아야 한다. 감정의 기복에 따라 어느 날은 신뢰하다가도 어느 날은 믿지 못하는 신호를 보내면 서로가 불편해진다. 자고로 교감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교감이 학교의 중심이 되려고 하는 그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교감이 없을 때 교직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교감이 없어도 학교는 잘 굴러간다' 정답이다. 교감이 없다고 학교 운영이 어렵다면 그게 문제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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