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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01. 2024

운동회 때 교감이 해야 할 일

화창한 5월 봄날, 우리 학교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하는 운동회를 열었다. 작년 설문 결과 5월 1일 운동회를 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교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교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학교의 문을 열어 모처럼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는 많은 분들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개회 시작부터 폐회 전까지 줄곧 서 있거나 돌아다녔다. 이때가 기회인지라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계시는 학부모님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렸다.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버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김밥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손주들 보시기 위해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가족들이 오신 분들도 참 많았다. 학사 운영 1년 전체를 돌아보았을 때도 오늘만큼 학부모님들이 오시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 아버지들은 일하시느라 못 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만큼은 직장이 쉬는 곳이 많아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입학식은 1학년 학부모들이, 졸업식은 6학년 학부모들이 오는데 운동회만큼은 온 가족들이 참여하시니 교감의 입장에서는 이때가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루 종일 인사하러 다녀서 그런지 지금은 발이 시큰시큰 아프다. 입술이 터지지 말아야 할 텐데. 선생님들 일찍 집에 보내드리고 하루의 일과를 복기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들었다. 


"천막을 더 많이 쳐 주셨으면 합니다"

"학부모 경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체육관을 사용해도 되나요?"


어떤 학부모님은 저의 이런 행동을 보시고 칭찬해 주셨다. 교감 선생님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인사도 먼저 건네주시고 찾아주시니 참 좋다고 말씀하신다. 어찌 보면 나의 의도된 계획이다. 학부모의 민원을 미리 예방하고자 먼저 다가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들을 미리 청취하고 살피기 위함이다. 교감 얼굴을 이 기회에 알리기 위함이다. 


어떤 분은 내년에 내가 학교를 떠나는 것을 아시고 아쉬워하시는 분도 계신다. 섭섭한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왠지 나는 마음이 흐뭇하다. 그래도 나를 알아주는 분이 계시니 감사할 뿐이다. 


운동회를 마치고 학부모님 한 분 한 분 운동장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학부모님들이 계신 자리를 찾아가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렸다. 끝까지 학생들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일찍 가지 않고 함께해 주어 감사하다고 마무리 인사까지 했다. 이것 또한 의도된 계획이다. 교감이라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들 떠날 때까지 인사도 하고 잘 가시라고 손 흔들어 주었다는 것을 소문 좀 내라고 의도적으로 행동했다.^^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갔다. 내일은 하루 종일 출장이다. 오전에는 부패 방지담당관 청렴 연수, 오후에는 교육 활동 보호 책임관 연수. 모두 교감이 맡고 있는 일 중에 하나다. 


소리도 많이 질렀더니 목소리도 심상치 않다. 박카스를 마시고 목을 잘 다듬어야겠다. 좋은 날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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